텅 빈 영화관.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휘청이던 영화관들이 결국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일일 관객 수가 2만명대로 추락하면서 경영난이 극에 달하자 취해진 조치다. 임직원 임금을 삭감하는 등의 자구책도 마련하고 있지만, 이 위기를 타개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는 28일부터 전국 116개 직영점 가운데 30%인 35개 극장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이에 서울 대학로·명동·수유점과 경기 김포풍무·의정부태흥 등 전국 주요 지점들이 이번 주말부터 문을 닫는다. 정상 영업을 하는 극장도 용산아이파크몰과 왕십리, 영등포점을 빼곤 상영관별 상영 회차를 3회차(약 9시간)로 줄이기로 했다. 최병환 CGV 대표는 “극장 사업은 임차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높다. 또 5월까지 주요 신작이 없어 전체적인 영업 중단이 더 맞는 상황”이라면서도 “영화 산업을 위해 일부만 우선 휴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국 102개 지점을 보유한 또 다른 대형 체인 메가박스도 4월부터 직영점 기준 8개 지점이 추가로 임시휴관에 들어간다.

허리띠도 바짝 졸라맸다. CGV는 모든 극장 임대인에게 임차료 지급 유예를 요청키로 했다. CGV 관계자는 “직영점 총 임차료가 월 170~180억원에 달한다”며 “6개월간 임차료 지급을 보류하고, 극장 정상화 후 12개월간 분할 지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임직원들은 주 3일 근무체제에 들어가고, 대표와 임원, 조직장은 올 연말까지 각각 30%, 20%, 10% 비율로 월 급여를 자진 반납한다. 희망자 무급 휴직도 시행한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도 이달부터 임원 임금 20% 반납 등의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메가박스는 여기에 4월 한 달간 임직원의 절반 정도가 유급휴직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화관은 영화 산업의 핵심축이다. 전체 매출의 75% 이상이 영화관에서 나온다. 영화관 매출이 감소하면 제작사와 배급사, 투자사 등 관련 분야도 연달아 붕괴하게 된다. 영화관 종사자 고용 문제나 극장 인근 자영업자의 생존권과도 직결돼 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과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1개 영화단체와 극장사업자들도 25일 “한국 영화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내용의 긴급성명을 내고, 영화산업특별고용지원업종 선정과 금융지원 정책 마련, 지원예산 편성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실질적인 정부 대책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컨트롤타워인 영화진흥위원회도 지난 24일에서야 코로나19 전담 대응TF팀을 설치하고 부랴부랴 사태파악에 나섰다.


'라라랜드' 스틸. 판씨네마 제공


영화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기현상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26일에는 전국 메가박스 59개 지점에서 재개봉한 영화 ‘라라랜드’가 전날 9906명을 불러들여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재개봉 영화가 이처럼 신작을 제치고 정상에 오르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신작 공백이 다수 발생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에마 스톤의 애틋한 로맨스물로, 2016년 12월 개봉 국내 개봉 당시 관객 360만명을 불러모았었다. 저예산 영화 ‘공수도’는 신작이 부재한 틈을 타고 극장 ‘역개봉’에 성공했다. 당초 IPTV에서 먼저 선보였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극장에 안착한 사례는 공수도가 처음이다. 청춘들의 성장기를 담은 액션물로, 다음 달 9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선보인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