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0)는 다음 주 안에 모아둔 월급 1000만원을 몽땅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A씨는 “삼성전자는 어차피 오를 건데 차익 실현은 시간문제”라며 “삼성전자가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조모(25)씨도 얼마 안 되는 저축액을 모두 삼성전자 주식에 넣어볼 요량이다. 조씨는 “‘주식 알못(잘 알지 못한다는 뜻의 신조어)’인 나도 삼성전자는 무조건 오른다는 건 안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일 출렁이는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바라기’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국내 증시에선 삼성전자가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간 ‘백병전’의 주요 무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도대체 왜 개미들은 삼성전자에 무한 신뢰를 갖게 됐을까.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7조2040억원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7조109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두 달여간 ‘팔자’ 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개인이 그 매도 물량을 고스란히 상쇄시킨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이면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이다.

개인이 삼성전자를 강력하게 신뢰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국내 1위기업이라는 상징성 외에도 지금과 비슷한 맥락의 위기에 닥칠 때마다 그 후 놀라운 비상을 해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초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 4만500원에서 1년 만인 99년 1월초 8만6500원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그해 연말에는 24만4500원으로 점프하며 위기 당시보다 6배 이상 급등했다. 한국 경제 최대 위기를 겪은 삼성전자는 그후 글로벌 IT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2008년 6월 초 주당 70만원을 넘었던 삼성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직후인 그해 10월 24일 40만7500원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80만원선에 도달하며 위기 전보다 더 강해졌다. 2018년부터 주식 액면 분할을 실시해 개인의 투자 문턱을 낮춘 점도 코로나 사태에서 삼성전자가 선호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매수 추세를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26일 기준 셀트리온(3033억원), 한진칼(1293억원), KT&G(990억원) 순이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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