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주요 수요처인데 졸업식을 안 하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수요가 거의 없어졌어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급식업계나 화훼업계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미뤄지고 대학이 온라인 개강으로 대체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토로한 이는 사진업계 종사자이다. 인쇄업계에서도 개학 연기의 파고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사진업계나 인쇄업계의 어려움처럼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전국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이야기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가진 ‘코로나19 관련 긴급 중소기업 간담회’ 곳곳에서 쏟아졌다. 중기중앙회는 부산 등 영남권, 광주 등 호남권,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서울 등 지난 일주일 동안 7곳을 다니며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의 특별 지원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제공

“특별고용 위기업종에서 빠지니 대책이 없다”

강원도에서 지난 23일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광수 사진앨범조합 이사장은 졸업 취소와 개학 연기로 수요 급감을 털어놓으며 “여권 사진 수요까지 줄면서 타격이 이만저만 아닌데 사진업계의 어려움을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수 서울인쇄조합 이사장은 24일 서울 간담회에서 “개학·개강이 지연돼서 교재 등 인쇄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일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국 각지에서 행사가 취소되면서 이벤트 산업과 공예 산업도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두 업계는 사진업계나 인쇄업계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지정한 특별고용 위기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 업계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라형태 대전공예조합 이사장은 24일 충청권 간담회에서 “공예품은 행사 기념품으로 판매했으나 코로나로 행사가 없어졌다. 대전역 체험학습장과 판매장도 리모델링해서 잘 꾸몄는데 확진자가 다녀간 이후 고객이 안 온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의 특별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각종 전시회와 행사가 취소되면서 일거리가 없어졌지만 행사대행업은 산업 관련 법률이 없고 주무 부처도 명확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전시장치, 학교급식, 행사대행, 공예, 사진앨범 등 10여개 업종에서 매출이 아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사각지대에 있는 이 업종들도 한시적으로 특별고용지원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제도 활용에 어려움 겪는 중소기업들

매출은 급감하는데 고정 비용은 다달이 발생한다. 간담회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직원의 휴직과 해고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황인환 서울자동차정비조합 이사장은 “취약계층, 휴직자 지원 등 정부지원 제도가 많지만 사업자는 추가 부담금과 퇴직금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관에서 진행된 전국 조합 간담회에서 만난 김호균 급식조합 이사장은 “학교 개학 연기로 급식업계는 거의 휴업 상태다. 일용직 근로자를 많이 활용하고 있으나 정규직은 해고도 어렵고 인건비가 계속 지출되고 있어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 경우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활용하면 해고를 하지 않고도 회사의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제도는 있지만 적절하게 활용을 하지 못 하는 경우였다. 간담회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와 정책을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회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책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늘리고 한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영세소상공인은 지원금 전액을 지원하면 좋겠고, 중견기업은 80%까지 상향 지원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임대료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난제로 꼽혔다. 김만연 고속도로휴게소하이숍조합 이사장은 부도 직전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경북 인근 지역은 90% 이상 매출이 줄었다. 인건비, 납품대금을 못 치러 부도 직전”이라며 “영세상인한테는 직접 혜택이 돌아오도록 휴게소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거나 면제하는 방안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18일 서울 명동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가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권현구 기자

산업 현장, 마스크 부족 여전

마스크로 인한 어려움도 나왔다. 콘크리트 업체나 식료품 업체들은 마스크가 절실한데 제 때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현상 서울콘크리트조합 이사장은 “현장에서 방진마스크와 방진복이 필요한데 수급에 애로가 많다”고 했고, 김홍교 대전세종충남연식품조합 이사장은 “위생용 마스크가 매일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 전보다 구매단가가 10배 상승해서 부담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현철 광주고용노동청장은 “분진이 많은 사업장은 방진마스크를 사용해야 하는데 일반인들도 방진마스크를 쓰고 있어 사업장 부족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51인 미만 사업장은 고용부에서 방진마스크를 지원하니 산재예방과에 신청을 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일주일 동안 전국에서 7차례의 간담회를 하면서 ‘코로나19 관련 긴급 중소기업 경영 실태 조사’도 벌였다. 407개 중소기업 가운데 64.1%가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42.1%는 ‘3개월 이상 감내할 수 없다’고 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극복 정책제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17건 정책 제언은…

중기중앙회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피해복구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5대 분야 17건의 정책을 제안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 거래로 망한 은행은 있어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거래로 망한 은행은 없다”며 대출 현장의 신속한 집행, 사후 관리 강화, 추가대출 허용 등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불여력이 없는 소상공인에게는 전액을 지원하고 중견기업에도 80%까지 상향해 줄 것, 영세 소상공인들의 사회보험료에 대한 사업주 부담금을 한시적으로 전액 지원해줄 것 등의 제안이 담겨 있다. 현재 월 198만원인 고용유지지원금 한도도 225만원까지 확대가 필요가 있음은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금융기관의 ‘착한금융’ 자발적 동참 필요성도 거듭 나왔다. 은행과 제2금융권이 기대출 건에 대해 정책자금 기준금리 수준(중소기업정책자금 2.15%, 소상공인정책자금 1.67%)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공공기관 중소기업제품 구매목표 비율을 한시적으로 75%에서 85%로 상향하고, 중소제조업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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