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고용보험기금을 위탁운용하면서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했다가 476억원을 날린 것은 노동부와 기금운용사의 총체적 부실 대처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금운용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대규모 투자손실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두 달이 지나서야 알렸고, 뒤늦게 이런 사실을 확인한 노동부는 투자상품 환매 요청 등 손실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26일 ‘고용보험기금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관리·감독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2018년 7월 독일 국채금리 연계 DLF에 584억7000만원을 투자한 뒤 475억6000만원(약 81%)의 손실을 냈다. 실업급여 등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수백억원이 공중으로 날아가면서 국회는 지난해 11월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부는 대규모 원금 손실 위험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원금 비보장형 DLF 상품의 경우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상품 선정 등 투자 관련 의사결정 권한을 한국투자증권에 맡긴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독일 금리인하에 따른 DLF 손실 가능성을 지난해 3, 4월에 인지하고도 즉각 노동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부는 같은 해 5월 말이 돼서야 투자 경위와 손실 상황을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전달받았다.

감사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독일 국채금리 전망 최신자료(2019년 5월 31일 기준 -0.15%)를 제공하는 대신 1개월 전 자료(2019년 4월 26일 0.05%)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늑장보고에다 부실보고까지 하면서 투자 손실 규모를 키운 셈이다.

뒤늦게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확인한 노동부는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아 손실 규모를 더욱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노동부는 312억8000만원이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도 “환매 결정은 운용사 역할”이라며 환매 요청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손실액이 162억8000만원 추가됐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노동부 장관에게 원금 비보장형 DLF 투자가능 여부를 다시 검토해 투자가능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투자 위험성을 검토할 수 있는 사전심의 절차 등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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