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조주빈(25)씨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법정에서 나와 경찰 호송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는 사회복무요원을 피해자들의 신상을 털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사회복무요원은 단독으로 개인정보 취급 업무를 볼 수 없지만 일부 구청과 주민센터 등에선 사회복무요원에게 맡겨 시민들의 개인정보가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 제15조 3항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이 유일하게 개인정보 취급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경우는 담당 공무원과 ‘합동으로’ 근무할 때다. 담당 공무원의 철저한 관리·감독 하에서만 개인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사회복무요원들은 수시로 개인정보 취급 업무를 맡고 있었다. 아예 전산망 접속 권한을 부여받은 사회복무요원도 있었다.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A씨(21)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관련 역학조사 때문에 공익요원이 맡는 개인정보 업무가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다.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B씨(21)도 “전산망 접속 권한을 부여 받았다”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전산망으로 가족관계와 주소, 의료급여 수급 여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전부 열람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A씨와 B씨는 개인정보를 취급하면서 어떤 주의나 경고도 받지 않았다. 업무 지시만 있었을 뿐 관리·감독하는 직원도 없었다. B씨는 “직원도 공익요원도 모두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관행적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 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를 취급하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마음먹고 개인정보를 유출하려 한다면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 C씨(30)는 “개인정보 열람 이력을 매달 점검하고 USB 등 기록장치도 보안점검이 완료된 것만 쓸 수 있다”면서도 “직원들이 바쁘거나 자리를 비울때면 어떻게든 개인정보를 빼돌릴 수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사회복무요원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12월까지도 개인정보 조회가 가능한 사회복무요원을 아르바이트 모집한다는 게시글이 종종 올라왔다. 해당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몇 달 전 고액알바를 모집한다는 글이 ‘박사방’ 이었던 것 같다”며 의심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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