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찾았다가 천안함 폭침이 누구 소행이냐는 유가족의 돌발 질문을 받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잠수정 타격이라고 밝힌 적이 있으나 대통령 취임 이후 공개 석상에서 이를 언급한 적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김정숙 여사와 함께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현충탑 앞에 놓인 향로로 다가가 분향을 하려던 순간 뒤쪽에서 하얀 비옷을 입은 할머니 한 분이 갑자기 다가왔다.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였다.


윤 여사는 오른손을 뻗어 향을 집으려던 문 대통령을 가로막고 “대통령님, 이게(천안함 폭침)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왼손으로 윤 여사의 오른팔을 가볍게 건드리며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입장은 같다”고 답했다. 윤 여사는 “그렇다. 여적지(여태까지를 뜻하는 사투리) 북한 소행이라고 진실로 들어본 일이 없다. 그래서 이 늙은이 한 좀 풀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재차 “정부 공식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윤 여사는 “다른 사람들이 저더러 이게(천안함 폭침) 누구 짓인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한 짓인지 저기(북한)인지 모르겠다고. 그럴 때마다 제 가슴이 무너진다”며 “이 늙은이 한을 풀어 달라. 맺힌 한을”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걱정하지 말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윤 여사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서도 “대통령께서 꼭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천안함 폭침 5주기를 앞두고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 천안함을 타격하고 북한으로 복귀했는데 이를 제대로 탐지하지 못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천안함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한 적은 없었다. 다만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방부 등 안보부처들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명백한 도발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우리 정부는 2016년부터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서해수호의 날로 기념해왔다. 2002년 제2연평해전과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서해상 무력 도발에 맞서 싸운 호국영웅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다. 2017년 5월 취임한 문 대통령은 2018년에는 베트남 국빈 방문, 지난해에는 지방 방문 일정 때문에 불참해 이번이 첫 참석이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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