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의 기적을 광명으로”…임오경 [선거는 처음이라]



모든 처음은 처음이라 다르다. 역대 최악 소리를 듣는 20대 국회지만, 그들도 처음 선거운동에 뛰어들었을 땐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똘똘 뭉쳤을 것이다. 그랬던 이들이 배지를 달더니 싹 달라졌다. 4·15 총선판에 뛰어든 ‘초보 정치인’들의 초심은 또 어떻게 변할까. 선거는 처음이라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처음을 기록으로 남긴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갑 후보가 광명사거리역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임오경 캠프 제공

임오경(49) 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은 지난 26일 오전 7시 경기 광명 철산동에 위치한 7호선 철산역 입구에 더불어민주당 광명갑 후보로 섰다. 임 후보는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에게 쉬지 않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얼굴을 가리지 않기 위해 쓴 투명 마스크에 연신 김이 서렸다.

임 후보는 시민들의 눈을 보며 “좋은 하루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이에게는 “조심하세요!”라고 다급히 외쳤다. 한 시민이 목이 아픈 듯 잠시 숨을 고르는 임 후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들고 지나갔다. 임 후보도 엄지손가락을 들고 화답했다. 임 후보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임 후보를 응원한 원모(61)씨는 기자에게 “임 후보가 선수일 때부터 팬이었다”며 “국회로 가서도 감독 시절 보여준 리더십을 보여줄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갑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임오경 캠프 제공

한국 체육계에서 임오경 석자를 모르는 이는 없다. 임 후보는 고교 2년때 국가대표로 선발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혼·출산 뒤 7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편파 판정을 이겨내고 은메달을 따냈다. 대표팀이 아테네 대회에서 보여준 투혼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재구성돼 큰 화제를 불렀다. 2008년에는 서울시청의 지휘봉을 잡으며 한국 구기종목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됐다.

미래통합당(당시 한나라당)은 이런 화려한 경력을 가진 임 후보에게 2010년 손을 내밀었다. 당시 임 후보는 “정치에 관심이 없고, 다른 할 일이 많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민주당의 15번째 영입인재로서 민주당에 입당했다.

임 후보는 마음이 바뀐 이유를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체육관련 재단으로 알려져 있던 K스포츠가 연루돼있던 것이 결정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생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려고 살아왔는데 이 사건으로 스포츠가 바닥을 쳤다”며 “관련 보도를 보고 통곡했다. 체육인들의 노력이 부정부패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는 생각에 피눈물이 났다”고 돌아봤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을 했던 임 후보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갑 후보가 박스를 모으는 광명시민을 돕고 있다. 임오경 캠프 제공

민주당은 임 후보를 연고가 없는 광명갑에 전략공천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힘겨웠지만 선수·감독 시절 집중조명을 받던 그로서는 무관심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 임 후보는 “선거 유세를 나와 인사하며 명함을 드린다. 그런데 시민들이 손을 탁 치고 가거나 명함을 받고 땅바닥에 던지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다”며 “떨어진 명함이 밟히는 걸 보며 마치 내가 밟히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임 후보에게 시민들이 다가왔다. 임 후보는 “하루는 시민 한 분이 ‘고생한다’며 손을 잡고 초콜릿을 주시는데 코가 맹맹해지도록 펑펑 울었다”며 “내가 시민들의 손을 잡으러 왔는데 시민들이 내 손을 잡아주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나는 광명 사람”이라며 “이 분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이 생겼다. 이 초심 절대 잊지 않겠다”며 웃었다.

평생 그를 응원해 준 가족들도 눈에 밟힌다. 임 후보는 “선수, 감독시절 가족들이 나를 따라다니면서 피말려 했다. 프리랜서가 됐을 때 ‘이제 하고 싶은 것 하라’며 너무 좋아했다”며 “그런데 겨우 6개월만에 정치를 한다고 하니까 가족 전체가 반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딸(20)이 엄마 홍보에 나서는 등 가족 전체가 나서서 임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임 후보는 “지난 40여년을 가족들에게 못할 짓을 했다. 나는 평생 걱정만 끼치고 산 딸, 동생”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경기 광명갑 후보가 지역을 돌며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임오경 캠프 제공

이제 ‘광명인’을 자처하는 임 후보의 꿈은 광명을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임 후보는 “내 임기 내에 꼭 시민들이 스포츠, 문화예술 등을 즐기고 소비활동도 할 수 있는 스포츠 아레나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광명갑 지역은 상대적으로 공공인프라가 부족하고 노후화된 시설물도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태”라며 “주차장을 확충하고 도시재생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명은 최근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젊은 부부들의 유입이 기대되는 지역이다. 자연히 육아와 교육 문제가 큰 관심사로 떠오른다. 임 후보는 “나는 선수시절 체육관에 아이를 데려와서 운동과 육아를 병행했다”며 “체육시설 하나를 짓더라도 엄마들이 불안해하지 않게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문을 연 폴리텍 광명융합기술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광명 내 교육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히며 “광명을 나가기 싫고 들어오고 싶은 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공약이 탁상공론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현장에 나가야한다. 임 후보는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시장을 다니면서 어떻게 도움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요즘 코로나19로 다들 힘들다고 하시는데 그분들 아픔 듣다가 우느라 나오지를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내가 할 일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무엇보다도 광명살리기부터 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오경 더불어시민당 경기 광명갑 후보가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 시절이던 2009년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핸드볼큰잔치 여자부 삼척시청과의 경기에서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뉴시스

임 후보의 롤모델은 농구선수 출신으로 3선에 성공했고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지낸 김영주 의원이다. 임 후보는 “행동 하나, 발걸음 하나에서 당당함이 묻어나오는 분”이라고 김 의원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에게 가장 배울 점은 희생정신이다”라며 “험지에서 고생해도 티내지 않으며 제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임 후보는 체육인들이 정치를 잘 할 수 있겠냐는 일부의 시선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그간 체육인들 중 비례대표 혹은 고향 출마로 국회의원이 된 뒤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내 경우 전혀 모르는 곳에서 바닥부터 하나하나 절차를 밟고 가고 있으니 더 탄탄하게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는 “‘스포츠인이 뭘 할 수 있겠어’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며 “내가 당선된다면 많은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드릴 수 있지 않겠나.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4분 순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꿍미니의 간단 정리

광명=이현우 기자, 영상=최민석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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