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 라렌 미술관 관계자가 30일(현지시간) 미술관 앞에서 도난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빈센트 반 고흐 그림 도난사건이 세계 미술관에 사회 혼란을 틈 탄 ‘기회주의 범죄’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도난사건을 전하며 “특히 혼란스런 시기에는 가치있는 예술작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공공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면서 “관람객이 없고 보안이 느슨해진 상황은 이같은 범죄자들을 불러모으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남동쪽으로 30㎞ 떨어진 라런에 위치한 싱어 라런 미술관은 이날 새벽 고흐의 1884년작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을 도둑맞았다. 도둑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관 중이던 미술관의 유리문을 부수고 침입했다. 도난 경보가 울렸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 도둑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특별전시를 위해 네덜란드 북부 흐로닝언에 있는 흐로닝어르 미술관에서 대여한 이 그림은 최고 600만 유로(약 81억3000만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고흐는 아버지가 목사로 있던 뉘넌에서 머물 당시 집에서 보이던 교회와 정원, 들판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을 완성했다. 이 그림은 이번 특별전시 작품 중 유일한 고흐의 작품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도난당한 고흐의 작품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 AFP 연합뉴스

사회가 혼란스러울 땐 이같은 상황을 노리고 그림이나 조각 등 고가의 예술품을 절도거나 불법으로 사고 파는 범죄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2차 이라크 전쟁 당시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은 유물 1만5000여점을 도난당하기도 했다. 이라크 정부는 그후 12년간 4300점 가량을 회수해 2015년 박물관을 다시 열었다.

2009년 그리스 경제가 붕괴됐을 때는 고대 예술품 불법 거래가 30% 증가했다. 미술관, 박물관 또는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현장을 감시하는 인력이 줄고,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이같은 범죄를 저지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WP는 “도둑들이 기회를 ‘냄새 맡는’ 데 전쟁같은 극단적인 상황만 필요한 건 아니다”면서 “세계의 미술관 관계자와 보안 담당자들은 이 사건을 주시해야 한다. 전시를 위해 공공기관 또는 개인으로부터 대여한 작품들의 발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텅 빈 미술관은 기회주의 도둑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