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미국 유타주의 한 총기상점에서 직원이 총 상태를 살피고 있다. 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6만5000명에 육박한 미국에서 총기 판매상이 병원·약국 등과 함께 필수업종으로 지정됐다. 사태가 악화되자 총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미국인이 늘고, 총기업계의 로비도 영향을 미쳤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 연방정부가 총기 판매상을 코로나19 필수업종으로 인정했다고 전했다. 미 국토안보부는 최근 총기 판매점을 병원·약국·식료품점과 같은 필수 서비스로 봐야 하고 매장을 여는 것이 허용된다는 내용의 권고 사항을 발표했다.

주(州) 정부들이 총기 판매점의 필수업종 지정 여부를 두고 엇갈린 결정을 내린 가운데 연방정부가 총기업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AP는 전미총기협회와 전미사격스포츠재단이 정부에 로비한 뒤 이러한 방침이 나왔다며 총기규제 단체들이 “공중 보건보다 총기업계의 이익을 우선에 둔 결정”이라는 비판을 쏟아낸다고 전했다.

총기규제 단체 ‘브래디’는 “총기가 판매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밀접한 접촉이 이뤄진다”며 “총기는 자동판매기 제품이나 노점 판매대에서 집어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이것은 공중 보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30일(현지시간)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에 탄 장병들 뒤로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국토안보부는 이번 결정은 의무 사항이 아니라 주 정부와 시(市) 행정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울 때 참고할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총기업계는 위기 상황에서 총기를 구매하는 것은 수정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강조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사재기 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총기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AP통신은 전미사격스포츠재단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23일 이후 하루 총기 판매량이 작년 같은 시점과 비교해 두 배나 늘었다고 전했다.

전미사격스포츠재단 관계자는 “지난 몇 주 동안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사랑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기로 선택했다. 비상시 합법적으로 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거부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미총기협회는 국토안보부의 결정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미총기협회는 2016년 대선 경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3000만 달러를 후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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