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드레스덴의 한 동상에 씌워진 마스크. EPA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서구 사회가 뒤늦게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유럽 곳곳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거나 권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마스크 착용 권고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것은 우리의 문화는 아니지만 전염을 줄이기 위해 이 조치가 필요하다”며 “중기적으로는 사람들이 밀접 접촉하는 장소에 들어갈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내린 체코에 이어 유럽 내에서 두 번째다.

의료진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 않았던 독일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노 카우츠 독일 보건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 브리핑에서 “마스크의 사용은 모든 조치에 대한 출구로 고려될 수 있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총리실 대변인도 “마스크가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라며 “마스크 착용이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등 위생 수칙에 더해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일반 대중에게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CDC는 그간 아프지 않은 일반인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권고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모든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의견이 있다. 백악관 태스크포스팀은 동의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아직 거기까지 논의한 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당연히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짧은 기간은 쓸 수도 있다”고 답했다.

서구 사회의 기조 변화는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완만한 감염자 증가세가 나타나는 데 비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연일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거론하며 아시아 국가 시민들의 일상적 마스크 착용을 이례적인 것으로 바라봤던 외신들도 변하고 있다. 독일의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29일 ‘치명적 오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시아권에 대한 서구 사회의 편견을 꼬집었다.

슈피겔은 아시아권의 마스크 착용 문화를 조명하며 “코로나 위기를 맞은 유럽인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먼저 폐기해버리거나 뒤늦게서야 고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그 배경에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가 아시아 대륙의 집단주의나 유교적 문화에서 배울 것은 거의 없다는 패러다임이 놓여있을 것”이라며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에게 이 같은 기본 신념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고통스럽게 가르쳐준다”고 전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면 정작 마스크가 절실히 필요한 의료진과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날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반대 의견을 이어갔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일반 대중이 마스크를 쓰는 게 잠재적 이익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며 “의료진, 환자를 제외하고 아프지 않으면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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