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농구의 ‘살아있는 전설’ 양동근(39)이 프로 생활 17년 만에 농구화를 벗는다. 한국 농구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프로 데뷔 이래 한 팀에서만 뛰어온 프랜차이스 스타의 은퇴다.

양동근의 소속팀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31일 양동근이 리그 조기 종료 이후 구단과 유재학 감독 등 코칭스태프와의 회의를 거쳐 은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양동근은 은퇴 뒤 약 1년 간 코치 연수를 거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팀에 코치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모비스는 1일 양동근의 은퇴 기자회견을 따로 열 계획이다.

양동근은 2000년대 이후 남자 프로농구 KBL을 상징하는 선수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하면서부터 신인상과 수비5걸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14시즌 동안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4회, 챔피언결정전 MVP를 3회 수상했고 시즌 베스트5에만 9차례 들었다. 그가 현대모비스에 있으면서 얻은 챔피언반지는 국내 프로선수 중 최다인 6개다. 지난 2월 27일 기준으로 통산 664경기에 나서 7864 득점과 3336 도움, 979 스틸과 1910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양동근은 전성기 시절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력 뿐만 아니라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 에이스를 틀어막는 수비력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인트 가드임에도 돌파와 슛 등 개인전술을 주무기로 삼는 ‘듀얼 가드’로서는 한국 농구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선수다. 올 시즌에도 총 40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0.0점을 넣으며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했다. 지난 2월 28일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경기에도 나서 31분 28초를 뛰며 11점과 8도움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로서도 양동근은 역사를 썼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양동근은 소속팀에서도 자신을 지도해온 유재학 감독의 지휘를 받아 당시 아시아 최강 이란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전에서 4쿼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5점차로 끌려가던 대표팀을 결정적 외곽포와 신들린 도움으로 승리까지 이끈 모습은 한국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장면으로 꼽힌다.

양동근의 은퇴 결정으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조기 종료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KBL에서 은퇴하는 국내 선수는 전태풍(40·서울 SK 나이츠)과 양동근 2명이 됐다. 다만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의 그간 공로와 상징성을 감안해 다음 시즌 홈 개막전을 공식 은퇴경기로 삼을 예정이다. 양동근이 달아온 등번호 6번은 영구결번 한다.

현대모비스 구단은 “양동근은 고참이 되어서도 훈련량을 줄이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일이 일절 없었다. KBL 이사회의 시즌 조기 종료 발표 직전까지도 흠뻑 젖은 연습복을 입고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의 은퇴 뒤 해외 코치 연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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