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의회의 동의 없이 법안을 수정·폐지할 수 있는 권한을 손에 넣었다. 코로나19 위기 해결이 명분이다. 헝가리에선 정부의 방역 정책을 방해하는 정보를 퍼뜨리면 최고 5년의 징역을 살게 된다. ‘방해’의 기준은 개별 검사가 임의로 판단한다. 법조계와 인권운동가를 중심으로 비난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국가비상사태하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염병 사태를 틈타 각국 지도자들이 사실상 견제받지 않는 ‘제왕적 권력’을 손에 쥐려 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국가권력에 의한 감시, 임의적인 격리 등 공격적인 강경책이 잇따르고 있는 데에 대한 비판이다.

이러한 비판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억압책이 사태 종료 이후에도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로 남아 기능할 우려에서 기인한다. 피오누알라 니 알른 유엔(UN) 테러대응·인권보호 특별보고관은 “이런 억압적인 정책이 계속된다면 전염병 팬데믹이 무사히 지나간다고 해도 또 다른 ‘권위주의 펜데믹’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책에 반대하는 진영은 일부 지도자들이 보건 비상사태임을 악용해 코로나19 방역과 관계없는 분야에까지 견제 없는 권력을 행사하려 든다고 비판한다.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등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로 여겨졌던 가치들이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후진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독재국가(요르단), 제한적 민주국가(헝가리), 전통적 민주국가(영국) 등 체제와 관계없이 수장의 권력이 비대해진 모든 국가가 대상이다. NYT는 한국과 싱가포르도 “광범위한 개인정보 침해가 훌륭한 방역대책으로 칭송받는 실정”이라며 “중국의 억압적인 정책을 비판하던 인접국들이 중국을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지도자가 제왕적 권력을 무차별적으로 행사하는 사례는 이미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모사드(Mossad·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전 국민의 동선을 추적해 방역지침 위반자를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대테러 해킹 시스템이 이용되며, 위반자는 최대 징역 6개월의 중형에 처해진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법원을 폐쇄해 자신의 부패 관련 재판을 ‘셀프 연기’했다. 태국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투옥하고 있고, 미국 법무부는 시민을 재판 없이 구금하는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권력의 비대화를 긴급 방역대책의 어쩔 수 없는 부작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례 없는 시국에는 전례 없는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매트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사뭇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당면한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 매우 임시적으로만 억압적인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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