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손을 얼굴에 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모든 미국인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휴업·휴교·이동제한 등 각국이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코로나19 확산을 늦추는 것은 물론, 경제적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31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모델링을 이용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를 추산했다. 그 결과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전 세계 약 40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회적 모임을 40% 줄이고 고령층 교류를 60% 축소하면 사망자 수는 2000만명으로 줄었다. 더 나아가 개인 간 접촉을 4분의 1로 엄격히 제한할 경우 3870만명을 살릴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공중보건의 실패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접근법”이라며 “모든 정부는 이 정책을 얼마나 더 오래 더 강력하게 시행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스 쿡 싱가포르국립대 교수팀이 최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 감염병’에 발표한 보고서도 환자와 가족 격리, 휴교, 재택근무를 혼합한 물리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이동제한, 자택격리 등 이미 시행 중인 봉쇄 조치를 연장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한동안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던 이탈리아는 30일(현지시간) 신규 확진자가 4000명 수준으로 최근 2주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변화 역시 각국이 도입한 통제조치 때문으로 분석됐다.

패트릭 밸런스 영국 과학 자문위원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변화를 만들고 있다”며 “일일 확진자 수가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아 호세 시에라 스페인 질병통제국 대변인도 “이동제한령 시행 후 20% 수준이던 확진자 증가율이 12%로 줄었다”고 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경제적으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대 베커 프리드먼 연구소는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 편익을 7조9000억달러(약 9600조원)로 추산했다. 미국 국내총생산(2018년 기준 20조5000억달러)의 34%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성인 1명의 생명가치를 1150만달러(약 140억3000만원)로 잡고, 여기에 6개월간 미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살릴 수 있는 기대인원(176만명)을 적용해 산출한 것이다. 기대인원 176만명은 임페리얼 칼리지 보고서를 근간으로 했다.

연구진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후퇴는 상당한 경제적 비용까지 물어야 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가 침체될 거라는 미국 내 주장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초 ‘셧다운’(가동중단)을 풀고 경제활동을 조기에 재개하겠다고 했다가 시기상조라는 반대 여론에 밀려 접었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면 하루 확진자가 이탈리아나 스페인 수준으로 치솟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찬수 연구팀은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던 지난 2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면 환자 증가세는 3월 초까지 이어졌고, 일일 신규 환자 수도 최대 4000명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 지난 2월 말 신규 확진 800여명을 찍고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