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에 ‘대미협상국장’이라는 직책이 신설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아직까지 미국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미 협상을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한 것 자체는 주목할 만한 변화로 여겨진다.

통일부 당국자는 31일 “대미협상국장이라는 직위는 공식 매체로 처음 접했다”며 “신설된 직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무성 내) 북미국과 별도의 직위인지, 북미국을 대체하는 자리인지는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다”며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전날 대미협상국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최근 북한 관련 발언을 맹비난했다. 북한은 미국이 태도를 바꾸기 전에는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담화 내용보다 대미협상국장이라는 생소한 직함에 더 주목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미협상국 신설을 통해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담화에서는 ‘미국과의 대화는 없다’고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화 재개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외무성 내에 대미 협상만 담당하는 곳을 새로 만들 정도로 북·미 대화 재개를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홍 실장은 4월 10일 열리는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외무성 대미협상국이라는 조직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도 대화 재개 의지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북한 지도부와 다시 마주 앉아 북한 주민의 밝은 미래를 그리는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범위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두고 북·미 간 간극이 여전히 커서 이른 시일 내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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