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 지연으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실시를 하루 앞둔 31일 오전 서울 용산 미군기지 입구에 한국인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 지연으로 내달 1일부터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가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초유의 상황이 현실화했다.

정부는 전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8600여명 중 절반에 육박하는 4000명 정도가 무급휴직 대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운용에 차질이 빚어져 대북 대비태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한미간 협상 상황이 막바지 조율단계여서 무급휴직 사태가 길어지지는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는 31일 정부 e-브리핑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메시지에서 “오늘 주한미군사령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일부에 대해서 무급휴직을 예정대로 내일 4월 1일부터 시행할 것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어 “(무급휴직 조치는) 양국 간의 협상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무급휴직 대상 한국인 근로자들이 조속히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주한미군 근로자와 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협상 대표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서 협상 타결을 위한 막바지 조율 단계에 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미 양국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방위비분담협상이 상호 호혜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사는 “그간 한미 양국은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이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통의 인식하에 협상을 진행해 왔다”면서 “정부도 협상 과정에서 무급휴직 시행 방지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전했다.

정부는 주한미군이 자체 예산으로 임금을 지급한 뒤 추후 협상 타결 뒤 이를 보전해주는 방식, 인건비에 대해서만 별도의 교환각서를 체결해 국방부가 확보해놓은 분담금 예산에서 지급하는 방식 등을 미국에 제안한 바 있지만, 미국이 호응하지 않았다.

정 대사는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 대책 마련과 함께 조속한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70년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협상 대표로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미는 올해 1월부터 적용될 분담금 규모를 정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미국은 올해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분담금으로 작년(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으나 지난주 큰 폭으로 제시액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대한 신속히 협상을 마감해 5월 29일까지인 20대 국회 임기 내에 비준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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