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대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각양각색의 마스크를 만들어 쓰고 있다. 인종, 계층을 가리지 않는 바이러스가 되레 빈부격차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위터 캡처

미국, 유럽 등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추세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든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 이미 마스크 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 일반 시민들의 시름만 더 깊어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날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코로나19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전염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마스크 착용 권고를 재검토하고 있다”며 “싱가포르·중국·홍콩에서 확보된 새로운 데이터를 고려할 때 무증상 전염이 이뤄진다는 것이 확실한 만큼 (마스크 착용 권고 여부를) 심각하게 따지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모든 미국인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장하겠느냐’는 질문에 “내가 느끼기로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분명히 해로운 것은 없다. 그렇게 하라고 말하겠다”고 했다. 마스크 의무화를 검토하겠다는 의중을 비친 것이다.
31일(현지시간) 쿠바의 한 여성이 마스크 대신 브래지어를 쓰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도 코로나19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하나둘 돌입하고 있다.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 동부 튀링겐 주의 도시 예나가 이날부터 마트·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시 당국은 마스크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마스크를 자체 제작해 사용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전날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다”며 “식료품점과 약국 등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체코를 비롯해 슬로바키아·보스니아 등 국가도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벌써 마스크 대란도 심각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의료진의 마스크 수요가 주당 4000만개가량이지만, 현지 생산능력은 4분의 1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통제에 따라 의료용 마스크를 살 수 없다.

프랑스 남부 포메롤의 의사 알랭 콜롱비에(61)씨는 의료용 마스크와 장갑 등의 공급 부족을 비판하며 페이스북에 ‘총알받이’라고 적은 붕대를 찬 채 누드 시위를 벌이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유럽,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마스크 부족은 공통된 현상이다.

프랑스 의사 알랭 콜롱비에(61)씨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 이마와 왼팔에 '총알받이'라고 적힌 글귀와 아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뜻하는 'COVID 19'가 적혀있다. 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인도 펀자브주 암리차르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이 중 마스크를 한 사람은 극소수다. AFP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마스크 의무화가 ‘모두 마스크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 계층, 소득 격차에 따라 마스크 등 보호장비에 접근할 기회는 극명히 갈린다. 바이러스는 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유명인이 많지만, 중남미 극빈층이나 난민들은 마스크는커녕 씻을 물조차 구하지 못하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실제 트위터 등 SNS에는 “마스크가 절실하다”며 스카프·비닐봉지·봉투 등을 뒤집어쓰거나 심지어 나뭇잎으로 코와 입을 가린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미국인에게 “마스크를 구하기보다는 스카프를 쓰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들에겐 다른 의미로 비칠 수 있는 이유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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