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재 백신 개발 3단계 중 1단계 진행
전문가 “1단계의 면역 검사에도 최소 1년 걸려”
시간 단축 위해 새로운 기술 사용도 위험
미국, 천문학적 자금 투입…“가능하다” 주장도

미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백신 첫 임상실험에 자원한 사람이 3월 16일 시애틀에 있는 보건연구소에서 시작된 1단계 시험에서 백신 후보 약품을 주사를 통해 투여받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정부가 18개월 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시간표를 세웠지만 미국 백신 전문가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또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승인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CNN은 백신이 빠른 기간 안에 개발되더라도 제조 과정을 거쳐 일반에게 상용화되기까지에는 18개월을 넘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CNN은 “미국 정부가 수억 달러(수천 억원)를 쏟아 붓고 있고, 10여개의 회사들과 연구기관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18개월 이내 백신 개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일 백악관에서 제약회사 경영진들과 가진 회의에서 “백신이 3∼4개월 내에 준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공수표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진화하기 위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이 “백신 개발에는 1년에서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백신 개발 시간표의 절대적인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CNN은 “1년 반은 긴 시간처럼 들리지만 백신 개발에는 눈 깜짝할 새”라고 지적했다. 백신 전문가인 베일러 대학의 피터 호테즈 교수는 “기적이 발생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아마도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공동 개발자인 폴 오핏 박사는 CNN에 “파우치 소장이 말한 1년에서 1년 반 목표는 터무니없이 낙관적”이라며 “나는 파우치 소장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생각과 같을 것”이라고 부장했다.

미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 코로나19 백신 첫 임상실험이 3월 16일 시애틀에 있는 보건연구소에서 시작됐다. 이어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 대학에서도 임상실험이 실시됐다. 이 두 기관의 임상시럼에는 45명의 자원자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존스홉킨스대학의 아메시 아달자 교수는 “백신 개발에는 일반적으로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백신 개발을 위해선 동물 테스트를 거친 뒤 3단계 실험을 통과해야 한다.

첫 단계가 안정성과 면역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소규모 그룹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 단계는 위험 그룹 등을 포함해 사람 수를 수백 명으로 늘려 진행하는 임의 추출 실험이다. 두 차례의 결과가 좋을 경우 실시되는 세 번째 단계는 약효와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수 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지금 미국에서 실시되는 임상실험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1단계다. NIAID의 에밀리 얼베딩 박사는 “우리는 코로나19를 물리치기 위한 레이스 중에 있기 때문에 서둘러 2단계로 넘어가는 모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베딩 박사는 “일반적으로 (1단계의) 면역 반응을 검사하는데 최소 1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1단계 실험이 진행 중인 에모리 대학의 월트 어렌스테인 교수는 “코로나19는 산불처럼 번지고 있다”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있지만 18개월 안에 백신 개발을 끝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백신 실험 과정에서 사람이 아프거나 심지어는 숨질 수도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말초 신경 이상으로 통증과 마비가 발생하는 길랭바레 증후군 백신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실험을 전개했다가 최소 30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해 1976년 백신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18개월 내 백신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는 백신 개발을 위해 제약회사들에 수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많은 연구자들이 마라톤의 출발선에서 뛰는 것처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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