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후보가 나오네… 온라인 예배 ‘총선 홍보’ 괜찮나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의 A 교회의 온라인 생중계 예배에는 이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가 등장했다. 광고시간에 카메라 앞에 선 그를 담임목사가 소개했다. 목사는 교인들에게 후보의 당적과 이름을 알렸다. 총선을 앞두고 교인들에게 후보자를 선보인 것이다.


대부분 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2월 말부터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온라인 예배는 소수의 교역자와 직원만 모여 출입을 통제한 채 예배를 녹화하거나 생중계로 송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 교회를 찾은 후보는 출입이 제한된 교회에 들어온 것이다. 담임목사가 허락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광주의 B 교회 담임목사도 지난달 22일 온라인 예배 중 총선에 출마한 교인 후보자를 소개했다. 이 교인은 이른 아침 예배를 드리고 교회를 떠난 뒤였다. 담임목사는 “○○○ 집사님이 그동안 교우들이 도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면서 “여러분과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서 (○○○ 집사님이) △△당 후보로 확정됐고 (앞으로도) 협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도 전하셨다”고 말했다. 4·15 총선에서 지지해달라는 노골적인 요청이었다. 담임목사가 선거운동을 대신해준 셈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지역구에 출마한 C씨는 올해 들어 지역교회 새벽기도회를 순회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섯 개 교회에 동시에 새 신자로 등록했다. 교인의 표를 얻기 위해 후보자가 직접 나선 경우다.

목회자가 특정 후보를 예배 중 지지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 공직선거법 제58조 1항은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불법으로 보고 있다. 제85조 3항은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교회에서 후보자를 단순히 소개하거나 인사 정도는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속 신도들에게 특정 후보자 지지를 요청하거나 특정 후보자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교회에서 후보자를 소개하고 인사하는 경우 자체가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소개 의도나 발언의 수위 등을 감안해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후보자에 대한 단순 소개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지만 노골적인 지지는 위반이 될 수 있고, 위반 여부는 각 상황을 고려해 판단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총선을 비롯해 선거 때면 정치인들의 ‘교회 사랑’이 시작된다. 교인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면 표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만 명의 교인이 출석하는 초대형교회는 후보들에게는 표밭으로 인식된다. 교인의 표심만으로도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

담임목사가 후보자를 소개하는 게 교인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서울 서초구의 C 교회 담임목사는 2일 “교인들이 담임목사에게 신앙적으로 의지하는데 보통 나이가 들수록 신앙과 삶의 경계가 사라져 하나가 된다”면서 “이런 교인들에게 담임목사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주면 투표할 때 분명 영향이 있다”고 확신했다.

반면 정종훈 연세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국회의원 후보들이 한 표라도 더 모으겠다는 얄팍한 심산으로 교회를 방문하고 일부 목사가 소개까지 하는 사례가 있는데 이는 종교 연고주의를 부추기는 행위”라면서 “무엇보다 자기 소신이 뚜렷한 젊은 교인들에게는 반감을 사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조사에서도 교인들이 목회자의 정치 개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실시한 ‘2020년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서도 목사의 정치적 참여에 대해 응답자의 47.7%가 ‘공적이든 사적이든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기윤실은 이런 불법 소지를 막기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온라인 설교 모니터링을 포함한 공명선거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미 전국 200여 개 교회에 바른 선거를 안내하는 포스터도 발송했다. 포스터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를 중심으로 교회에서 해도 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기록했다. 최진호 기윤실 간사는 “교회가 정치판으로 전락하는 걸 막기 위해 공명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설교 점검을 통해 선거법 위반 사항을 발견하면 교회에 알리고 개선되지 않으면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미국처럼 교회가 지역구 후보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정재영 실천신대 종교사회학 교수는 “목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후보만 초청해 소개하는 건 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면서 “그렇다고 지역구의 모든 후보를 교회로 초청해 토론회를 하는 것도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차제에 교회가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을 초청해 기독교 이슈에 대한 생각도 묻고 공약도 청취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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