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공범 강모씨가 '교사 협박 사건'으로 출소한 뒤 지난해 4월 단톡방에 올린 글이다. 그는 "반성문을 잘 써 형량을 줄였다"며 자랑했다. YTN 캡처

손수호 변호사가 구청 정보시스템 전산망에 접속해 전 담임교사와 그 가족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뒤 조주빈에게 보복을 부탁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강모씨의 스토킹 범죄 행각을 낱낱이 공개했다. 담임교사는 국민청원에 강씨의 신상공개를 포함한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손 변호사가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설명한 내용을 종합하면 강씨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2012년 당시 소심한 성격 탓에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담임교사 A씨는 강씨를 격려하고 다독여줬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건 강씨의 비정상적 집착이었다. A씨는 점차 거리를 뒀다.

하지만 A씨를 향한 집착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강씨는 A씨의 개인정보를 캐내 욕설과 협박을 일삼았다. 학교 측은 강씨를 다른 학급으로 옮겼지만, 강씨는 자퇴했다. 이후 흉기를 든 채로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교실 게시판을 칼로 긁는 등 강씨의 협박은 점점 더 심해졌다. 강씨는 상습협박 등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소년부로 송치돼서 보호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강씨는 A씨의 사생활까지 위협했다. 자동차를 훼손하고, 아파트 복도에 빨간 글씨로 A씨와 가족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놓는 등 끔찍한 기행을 일삼았다. A씨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바꾸었지만, 강씨의 집요한 스토킹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정신질환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던 강씨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그가 맨 처음 배치받은 곳은 경기도 모 의료원에 있는 원무과였다. 강씨는 시스템을 이용해 A씨의 이름을 검색해서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이 메시지에서 “딸부터 너의 눈앞에서 갈갈이 살해하겠다. 사촌에 팔촌까지 다 죽이고 심신미약 인정받아서 3년 살다 나오면 된다” 같은 발언까지 했다.

강씨가 A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주민등록번호, 성별, 국적, 외모 다 바꿔도 어디든 쫓아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참다못해 고소했고, 강씨는 구속됐다. 강씨는 수감생활 중에도 A씨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면서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법원이 강씨에게 선고한 징역은 고작 1년 2개월이었다.

CBS가 강씨의 범죄 행각이 담겨있는 공소장 일부를 공개했다. 방송 캡쳐

강씨는 출소 이후 경기도에 있는 모 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이어나갔다. 강씨는 구청에서 어린이집 보육경력 증명서 발급 업무를 보조했는데, 개인정보를 취급할 수 있었다. 강씨는 공무원이 로그아웃하지 않은 틈을 타 A씨의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알아냈다. 그때부터는 딸을 인질로 삼아 협박을 이어나갔다. 강씨는 심지어 주변인에게 A씨의 딸 살인 청부를 부탁하기도 했다.

강씨는 구청 정보시스템 전산망에 접속해 피해 교사 A씨와 그 가족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뒤 조주빈에게 보복을 부탁한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28일 구속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손 변호사는 강씨가 받을 형량이 또다시 심신미약으로 줄어들 가능성을 제기하며 “재판 전에 심신미약 주장을 준비했다면 정말 인정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번 재판에서도 심신미약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 그리고 법원에서 이 사건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진다면 이런 피해자가 또 생길 수 있다. 박사방, n번방 성착취 같은 극악무도한 범죄가 반복될 거다”라고 경고했다.

A씨가 지난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강씨의 협박을 폭로하고 신상공개를 촉구했다.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A씨가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손 변호사가 설명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씨는 청원에서 “‘애가 뛰어댕길 정도니까 팔다리 자르면 볼만하겠네’ ‘오늘 네 딸 진료 보는 날이지?’ ‘니 가족 죽이는 건 합법이지? 기대해’ 등 견딜 수 없는 불안과 고통은 끝이 없었다”며 “실형을 살고 나와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이름, 주민번호, 어린이집까지 모두 다 알고 있는데 이제는 어떻게 도망갈 수 있을까. 저에겐 이름이 몇 개가 생길까. 주차장에서 언제쯤이면 맘 편히 집에 들어갈 수 있을까. 현관문을 열고 닫을 때 언제까지 불안해야 할까”라며 “지금은 아이가 어려 부모가 옆에 있지만 나중에는 그 사람 얼굴도 모르는 우리 아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발 뻗고 잘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A씨는 교사의 개인정보가 보호되지 않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교사의 사생활 정보가 왜 모두에게 공개되어야 하나”라며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는지 이름만 치면 공지사항에 모두 볼 수 있게 해놓은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민원을 넣었지만, 현재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답변만 얻었다. 학교를 옮기면서 또 개명할 수밖에 없었다. 교사의 인권은 어디에서 보장받을 수 있나”라고 적었다.

A씨는 마지막으로 강씨를 포함한 박사방 회원들의 신상공개를 요구했다. 그는 “제가 고소를 할 때 강력처벌을 원한다는 탄원서를 썼다는 사실을 강씨가 조회를 하고서 분노하여 이걸로 계속 협박을 했다”며 “신상공개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 이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국민청원 글을 보고 또 저와 아이를 협박할 것이다. 그다음에는 정말로 누군가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저도 안전한 나라에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호소했다. 이 청원은 2일 오전 10시 50분 기준 45만 5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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