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조주빈씨에게 고교 시절 담임교사의 딸을 살해해달라고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사회복무요원 강모씨의 신상공개 국민청원이 2일 오후 3시 현재 46만명을 넘은 모습. 이 청원은 강씨에게 상습 협박 피해를 입은 교사 A씨가 직접 작성한 글로 알려졌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캡쳐

‘박사’ 조주빈(25·구속)씨의 공범인 사회복무요원 강모씨가 고교 스승을 협박한 사건에서 양형에 유리한 사유로 참작됐던 ‘아스퍼거 증후군’이 향후 재판에서 다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장애의 일종으로 이 질환을 앓는 사람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등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에서는 아스퍼거 증후군에 따른 감형이 쟁점이 됐던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등의 전례를 볼 때 정신질환이 범행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한 엄격한 판단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씨는 2015년 11월~2017년 12월 고교 1년 때 담임교사였던 A씨에게 편지·메시지 등을 통해 총 16차례 상습 협박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월 기소됐다. 그는 사회복무요원 신분을 이용해 A씨 개인정보를 빼낸 뒤 협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A씨의 자택 출입구에 ‘조각낸다. 토막낸다. 갈아버린다’는 협박을 적은 글을 붙이고, ‘이사 가도 소용없다. 세상 끝에서라도 찾아낼 준비가 돼 있다’고 적은 편지를 보내는 등 상식을 벗어난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가 '교사 협박 사건'으로 출소한 뒤 지난해 4월 단톡방에 올린 글이다. 그는 "반성문을 잘 써 형량을 줄였다"며 자랑했다. YTN 캡처

수원지법 형사1단독 조정웅 부장판사는 2018년 3월 강씨의 상습협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조 부장판사는 양형 사유 중 유리한 정상 부분에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인한 정신병적 상태가 범행에 다소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고 적었다. 다만 강씨 측이 “아스퍼거 증후군이 ‘심신미약’에 해당한다”며 감형을 요청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법 10조는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심신장애자의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씨의 정신질환은 항소심에서 다시 유리한 양형 사유로 판단됐다. 수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성관)는 같은 해 7월 “형이 너무 무겁다”는 강씨 측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는 한편, “아스퍼거 증후군 등 정신과적 증상이 있어 사회성이 다소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항소심도 강씨의 심신미약 주장에 따른 감형을 하진 않았다.

강씨는 지난해 3월 출소한 뒤에도 범행을 반복했다. 구청 사회복무요원이 된 강씨는 전산망에 접속해 A씨와 그 가족 개인정보를 조회한 뒤 17차례 협박을 하고 조씨에게 보복을 부탁한 혐의 등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조씨에게 A씨의 딸을 살해해 달라며 400만원을 건넨 혐의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강씨의 아스퍼거 증후군이 실제 감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2일 “유리한 양형 사유가 있다고 무조건 감형하는 것은 아니다. 형량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신미약으로 형을 줄이면 형법 10조를 판결문에 명시하게 돼 있는데, 강씨 판결문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강씨의 예전 재판에서도 아스퍼거 증후군을 이유로 심신미약에 대한 감형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했던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은 중요한 참고 사례다. 당시 항소심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다”는 김모양의 주장을 감형 사유로 삼지 않았다. 사건을 심리했던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2018년 4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었다고 해도 범행 당시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재판부는 김양에게 미성년자의 양형기준 상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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