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존재를 세상에 최초로 알린 의사 리원량에게 ‘열사’ 칭호를 추서했다. 그가 지난 2월 6일 코로나19로 숨진 지 두 달여 만이다.

중국 CCTV는 2일 후베이성 정부가 리원량을 포함해 코로나19로 희생된 의료진 14명을 열사로 추서했다고 보도했다. 결혼식도 미루고 환자 치료에 나섰던 젊은 의사 펑인화를 비롯해 왕핑 우한제8병원 원장, 장쉐칭 우한중심병원 의사, 류즈밍 우창병원 원장, 류판 우창병원 간호사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중국에서 열사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인물에게 주어지는 최고 등급의 명예 칭호다. 후베이성 정부는 “이들은 자신의 안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목숨을 바쳐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사명을 실천했다”며 추서 이유를 설명했다.

안과 의사인 리원량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이를 은폐·축소하려던 중국 당국의 어두운 뒷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의대 동기 7명이 함께 있는 소셜미디어 단체 대화방에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로 추정되는 환자들이 발생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올렸다. 리원량의 경고는 중국 인터넷을 통해 대중들에게 급속히 전파됐다. 전 세계를 4개월여 가까이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흘 뒤 리원량은 중국 공안에 끌려갔다.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이유였다. 그는 훈계서에 서명을 하는 처벌을 받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풀려난 리원량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녹내장 환자를 치료하다 그 자신도 감염됐다. 이후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2월 6일 끝내 병상에서 숨졌다. 그의 죽음은 당과 정부를 향한 중국 민중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기폭제가 됐다. 의로운 내부 고발자의 죽음에 중국 각지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재조사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한 뒤 공안이 리원량의 훈계서를 철회하도록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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