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간지 르푸앙의 4월 2일자 표지. 강변의 서울시민의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그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굴복시켰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적혀 있다.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서울에서 자가격리 중인 한 프랑스 기자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프랑스 주간지에 실었다.

주간지 르푸앙의 제레미 앙드레 플로레스 기자는 서울에서 함께 취재하던 동료 사진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의심 환자로 분리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그는 2일(현지시간) 발간된 르푸앙에 ‘한국에서 자가격리 중인 프랑스인의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그는 글에서 “한국의 자가격리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감금과는 다른 방식을 찾았다. 내국인은 자택에서, 외국인은 호텔에서 자가격리하는 아이디어를 도출했다”며 “다른 나라에서 매일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오지만, 한국은 대대적 검사와 격리 정책 덕분에 바이러스 확산세가 중단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한국식 통제 방식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한다는 프랑스 등 (일부) 서방 국가들의 시각은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이 조지 오웰 소설에 나오는 ‘빅 브러더’와 같단 말인가. 우리 민주주의 국가들은 뒤늦게 전쟁 중인 것처럼 대대적 격리에 나섰는데 과연 이런 조치가 한국보다 낫다고 주장할 텐가”라고 반문했다.

또 한스 위르겐 파퍼 독일 헌법학자가 한국식 시스템을 “히스테릭한 파시스트 보건 국가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을 예로 들며 “이제는 격리와 감시가 인권국가의 종말을 뜻한다는 망상을 중지해야 한다. 공공 보건을 위해 격리된 개인을 감시하는 것은 파시즘의 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태 초기에 격리를 주저했던 프랑스 등이 뒤늦게 전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고, 국경을 봉쇄하는 극단적 조처를 하고 있다며 “일부를 격리하는 대신 모든 사람을 감금하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할 텐가”라고 물었다.

그는 한국의 방식은 “전체주의나 인권·사생활·이동권 침해와 관계 없다”며 “격리조치를 따르고 전반적 이동금지를 준수하는 것은 비극적인 상황에서 단지 시민정신의 실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르푸앙은 표지 사진으로 한강변에서 마스크를 쓴 채 야외활동을 즐기는 서울 시민들의 모습을 싣고, 표제로는 ‘그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굴복시켰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라고 적었다.

르푸앙 편집진은 플로레스 기자의 글에 대해 ‘그의 편지는 상식이 통하는 시스템을 위한 변론’이라는 주석을 붙였다.

이는 프랑스가 사태 초기에 사생활 보호와 인권을 내세우며 한국과 같은 방식이 비민주적이라는 태도를 보이다가 뒤늦게 코로나19가 거세게 확산하자 극단적인 조처들을 대거 쏟아낸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언론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한국의 방식은 사생활과 인권침해 요소가 크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지적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초기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급속도로 감염자가 늘 때 정부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다가 뒤늦게 강경책을 쏟아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급격히 늘기 시작한 뒤인 지난달 15일 전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1차 투표를 연기하지 않고 강행한 것과 의료용 마스크 등 보호장구의 심각한 부족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의료용 마스크공장을 방문해 기자들이 이런 비판에 대한 코멘트를 요구하자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 전쟁에서 이기지도 않았는데 단죄할 대상을 찾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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