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들불처럼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지폐나 동전 같은 현금을 주고받아도 괜찮을까. 대답은 어느 나라 중앙은행에 묻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은행은 5일 코로나19 확산이 최근 주요국 지급수단에 미친 영향을 정리한 자료에서 “영국 등 일부 중앙은행은 지폐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낮게 보고 현금 사용을 장려하는 반면 인도 중앙은행 등은 현금 사용을 제한하는 등 국가별 대응은 엇갈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폴리머(고분자 화합물)로 제작된 지폐를 통한 감염 위험은 플라스틱 카드를 포함한 다른 사물을 통한 위험보다 특별히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독일 스웨덴 룩셈부르크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현금을 통해 감염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현금 사용을 권장한다. 캐나다는 상인들이 현금 받기를 거부하지 말도록 권고한다.

인도 러시아 필리핀 베트남 조지아 아랍에미레이트(UAE) 등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현금 대신 인터넷뱅킹 등 비접촉 결제수단을 이용하도록 장려한다. 이들은 바이러스가 현금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고 본다. 케냐 중앙은행은 ‘현금 없는 거래’를 장려하면서 오는 6월 말까지 은행의 모바일 자금이체 수수료를 면제하도록 했다. 파키스탄 중앙은행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지점 방문을 줄일 수 있도록 시중은행이 온라인뱅킹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이 현금 사용을 권장하지만 유럽 내에서도 견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유럽 은행권 최고감독기관인 유럽은행감독청은 현금 사용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현금을 써라, 마라” 하지는 않지만 현금 방역을 강화한 나라도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 인출된 지폐의 경우 소독 후 14일간 보관해 시중 유통을 막는다. 일부 지역은 지폐를 파쇄하고 신권을 공급한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아시아 지역에서 유입되는 달러화를 7~10일간 보관한다. 헝가리 중앙은행은 최소 2주간 금고에 보관하는 조치와 함께 필요 시 160~170℃의 가열 터널에 통과시킨 뒤 시중에 내보낸다. 한국은행도 이런 방식을 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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