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직포 마스크를 착용한 아베 총리가 4일 오후 총리 관저에 들어가고 있다. 교도 통신 캡처

가구당 천마스크 2개를 나눠주겠다고 해 비난을 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작 자신은 ‘부직포 마스크’를 쓴 채 카메라 앞에 섰다. ‘감염 확산의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리지 말라’는 차관급 인사 실언까지 겹쳐 일본 정부는 연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5일 일본 스포츠호치에 따르면 전날 아베 총리는 부직포 마스크를 착용한 채 총리 관저에 들어가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지난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세탁해 재사용이 가능한 천마스크를 전국 5000만 가구에 2개씩 배포하겠다”고 밝히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나흘 만이다.

1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눈을 비비고 있다. 로이터연합

부직포 마스크는 KF80이나 KF94~99, N95 등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방역마스크는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3~4중 필터로 제작돼 호흡기 감염이나 비말 감염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천마스크보다 훨씬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츠호치는 “SNS 상에서 ‘아베노믹스’를 빗대 ‘아베노마스쿠’(아베의 마스크)가 유행어가 된 상황에서 정작 자신은 부직포 마스크를 써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발표 뒤 이틀 간 천마스크를 썼었다.

사사키 하지메 일본 국토교통대신 정무관 트위터 캡처

여기에다 정부 고위급 관료가 실언을 하며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5일 트위터에 따르면 사사키 하지메 일본 국토교통대신 정무관은 전날 자신의 계정에 “국가는 자숙을 요청하고 있다. 감염 확대를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일본의 정무관은 한국으로 치면 차관급 인사다.

국가가 제 역할을 못 하면서 되레 국민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사사키 정무관은 표현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며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표현을 미세하게 바꿔 글을 다시 올렸다. ‘국가의 책임’이라는 문구 대신 ‘국가만의 책임’이라고 고친 것이다.

이후 트위터 계정에는 비난 댓글이 다시 쏟아지며 논란이 키웠다. 이용자들은 “저는 (외출) 자제하고 있네요. 당신의 사임을 요청합니다”라고 쓰는 등 비판과 조롱을 이어갔다.

일본 중앙정부 직제에서 대신(장관)을 보좌하는 정무관은 집권당에서 파견한 현직 의원이 맡는다. 사사키 정무관은 자민당 청년국장을 지낸 3선 중의원 의원으로 지난해 9월부터 국토교통성 정무관을 맡고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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