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트럼프와 바이든’ 맞대결로 굳어져
샌더스 “바이든 이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WP “코로나19로 선거운동 중단도 하차 원인”
샌더스 “투표용지엔 이름 올릴 것”…어정쩡한 스탠스
바이든 “당신들이 필요”…샌더스 진영에 구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8일(현지시간) 지역구인 버몬트주의 버링턴에서 촬영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중도 하차를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8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중도 하차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간의 대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진보 진영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샌더스의 ‘진보 대통령’ 꿈도 물거품이 됐다. 샌더스는 ‘급진 좌파’, ‘강경’, ‘극단’, ‘공산주의자’ 등이라는 미국식 색깔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2016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권의 꿈을 접는 처지가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샌더스 상원의원이 중도 하차를 결정한 이유로 경선 중반 국면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 정치적 현실과 신종 코로나바이스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선거 캠페인을 펼칠 수 없었던 문제를 꼽았다.

WP는 “코로나19로 전통적 형태의 모든 선거 캠페인이 중단되면서 최근 몇 주 동안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급격하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샌더스는 이날 지역구인 버몬트주의 버링턴에서 촬영한 영상 메시지에서 “나는 당신들에게 보다 좋은 뉴스를 전해주기를 원했다”면서 “그러나 당신들은 진실을 안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샌더스는 이어 “(경선을 통해) 확보된 대의원 수가 바이든에 비해 300명 뒤지는 상황에서 승리로 가는 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경선 후보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NBC방송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선 최소 1991명의 대의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재 바이든은 1196명의 대의원을, 샌더스는 883명의 대의원을 각각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 격차는 313명이다.

샌더스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거론했다. 그는 “나는 이길 수 없는 캠페인을 계속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고 여겼고, 선거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이 어려운 시점에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일들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샌더스는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통합해 미국 현대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인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샌더스는 그러면서도 “이 선거캠페인은 끝나지만, 우리의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거운동 중단과 별개로 남은 경선기간 투표용지에 이름을 계속 올려 대의원 확보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공약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했다. 어정쩡한 경선 하차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CNN방송은 샌더스가 경선 중도 포기를 선언하기 전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샌더스가 중도 하차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비록 은밀하게나마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위해 ‘급진 좌파’라는 우려를 사고 있는 샌더스를 주저앉히는 데 오바마 전 대통령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굳힌 바이든은 샌더스의 중도 하차 발표 이후 “그는 단순히 정치 캠페인을 한 것이 아니다”면서 “샌더스는 운동을 창조했다”고 치켜세웠다.

바이든은 이어 “그 운동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강력하다”면서 샌더스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에겐 당신들이 필요하다”며 구애의 손짓을 했다. 바이든에겐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샌더스 지지자들을 끌어안는 것이 숙제가 됐다.

올해 미국 대선은 ‘70대 백인 남성’ 간의 대결로 굳어졌다. 올해 73세인 트럼프 대통령과 77세의 바이든이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 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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