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의 아들’ 김영춘 vs ‘돌아온 시장’ 서병수 [찐심리포트-부산진갑]

무소속 정근 변수에 승부 안갯속…부산 거물 간 진검승부

부산의 대표 격전지 진갑에서 대결하는 김영춘(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서병수 미래통합당 후보. 각 후보 캠프 제공


부산의 심장부 부산진갑에서 여야 거물이 격돌한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3선 현역 의원인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4선 의원 출신으로 부산시장을 역임한 서병수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는다. 부산 선거를 책임진 지역 선거대책위원장 간의 대결로 두 후보 모두 이번 21대 총선에 명운을 걸었다.

[과거 찐심]
부산진갑은 1992년 14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여섯 번 연속 보수정당이 승리한 보수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19대 총선부터 민심의 변화가 감지됐다. 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나성린 후보가 당시 민주통합당 김영춘 후보를 겨우 3% 포인트 차로 누르고 간신히 이겼다. 보수 텃밭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던 것이다. 4년 뒤 20대 총선 때 벌어진 리턴매치에서는 반대로 김 후보가 나 후보를 3% 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이후 처음으로 부산진갑에서 민주당계 의원이 당선된 것이다.

[현재 찐심]
21대 총선에서도 이곳 민심은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다. MBN·매일경제가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 후보(40.9%)와 서 후보(39%)가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국민일보·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4~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김 후보가 44.5%, 서 후보는 36.2%였다. 서 후보 단수추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근 후보는 9.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4선 도전 김영춘 “경제 방파제 쌓아야…진구 전문가는 나”
“이번에 여러분이 4선 국회의원 만들어서 총리, 대통령과 만나고 연락하며 지역의 묵은 숙제들 풀 수 있게 해주십시오!”

지난 6일 오후 3시 당감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김 후보의 목소리가 울리자 주민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역 출신 현역 의원인 김 후보는 이날 현장 유세에서 주민들과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어갔다. 김 후보가 붕어빵 노점에 들어서자 “의원님 또 오셨네예”라는 점주의 인사가 들렸다. 한 편의점 주인은 김 후보에게 “지난번 도시가스 문제는 어떻게 됐능교”며 말을 걸어왔다. 김 후보는 “10년을 진구에서만 활동했으니 아는 주민도 많다”고 말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진갑 후보가 시민공원에서 유권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영춘 캠프 제공

‘지역주의 타파’라는 꿈을 안고 부산진갑에 내려온 지 10년. 김 후보는 재수 끝에 20대 총선에서 진갑 주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4년이 지난 현재 주민들은 김 후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부암동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박모(59)씨는 “해수부 장관도 했고 김 후보가 진구의 인물인데 밀어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당감동 삼성아파트 주민 김모(71)씨도 “4년 동안 그래도 잘한 것 같다”며 “김 후보는 진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후보는 “초·중·고 모두 진구에서 나온 토박이라서 주민들이 ‘잘 키워보자’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이진화(여·31)씨는 “인물을 보고 투표를 하는데 공약이 논리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아 김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고 했다.

문재인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김 후보를 택하겠다는 주민도 있었다. 당감동 철물점에서 만난 김모(61)씨는 “전 세계에서 우리가 코로나19 대응을 잘한다고 하지 않냐”며 “여당에 힘을 실어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통합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민주당에 투표하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양정동의 한 주민은 “통합당은 (총선에서) 이기면 대통령을 탄핵한다는데 그럼 또 혼란스럽지 않냐”며 “그게 싫어서 여당에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얘기하며 싸늘한 반응을 보인 주민도 있었다. 당감동의 한 세탁소 주인은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경제가 문제인데 여당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 당이 한 번 디비져(바뀌어)야한다”고 말했다. 당감시장의 한 상인은 “김 후보는 뽑지 않겠다. 해수부 장관을 했던 것도 알겠지만 진구 지역에 뭘 하나 해놨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쓴소리를 했다.

집권여당에 대한 싸늘한 반응도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임모(39)씨는 “김 후보는 괜찮은데 민주당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초읍에 거주하는 김모(71)씨는 “4년 전에는 김 의원을 뽑았는데, 민주당이 경제도 그렇고 잘 못해서 (김 후보를)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지역의 사업들을 다양하게 챙겨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부암당감권에 국민체육센터를 건립했고, 낙후된 주택지역을 위해 복지재생뉴딜 사업도 유치했다”며 “해수부 장관 시절에는 부산 전체를 살리기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했다”고 강조했다. 경쟁 상대인 서 후보에 대해서는 “25년 동안 부산에서 정치했는데 그 25년이 부산이 날개 없이 추락해온 25년이었다”며 “그분에게서 부산을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 지에 대한 전략이나 계획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서병수 미래통합당 부산 진갑 후보가 7일 부산 진구 서면 영광도서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서병수 후보 캠프 제공

돌아온 서병수 “문재인정권 심판해야…진갑 발전의 적임자는 나”
서 후보는 지난 7일 오후 부산 최대 번화가인 진구 서면 일대에서 유세했다. 서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기 전 인사하자 한 유권자는 “단디 하이소. 단디”라며 격려했다. 또 다른 유권자는 “니 떨어지면 죽는데이. 꼭 당선돼야 한데이”라고 말했다. 서 후보는 “꼭 승리하겠다”면서 기호 2번을 뜻하는 브이를 손가락으로 표시했다.

부산에서 시장과 4선 의원(16~19대)을 지낸 서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서 후보를 알아보고 사진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서 후보가 유세차에 올라타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자 곳곳에서 박수와 함께 “서병수 파이팅” “옳소”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

서 후보는 “문재인정부는 경제에서 특히 실패했다. 그래서 ‘문재인 심판’을 이번 총선 슬로건으로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현 정권 실정을 부각시켜 표심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유세 현장을 지켜본 50대 초반 직장인 남성은 “2016년 20대 총선 때는 김 후보를, 2017년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을 찍었는데 현 정부 정책에 크게 실망했다”며 “부산 지역 경제도 너무 어려워서 이번엔 서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도 “문재인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고 있어 서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연지동 주민 정모(여·62)씨는 “문재인정부를 견제할 필요가 있어 서 후보에게 표를 줄 생각”이라며 “서 후보는 시정을 나쁘지 않게 운영했고 안정감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서 후보의 정권 심판론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반응도 있었다. 정모(여·43)씨는 “서 후보는 너무 문 대통령을 깎아내리고, 자신이 뭘 할지는 제대로 얘기하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며 “지나친 표현들로 보수적인 노년층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병수 미래통합당 부산 진갑 후보가 7일 부산 진구 서면 영광도서 앞에서 유세 후 지역주민과 대화를 나구고 있다. 서병수 후보 캠프 제공

서 후보는 “4선 의원과 부산시장을 하면서 풍부한 행정 경험을 쌓았다”며 “일을 진짜로 해봤기에 진갑 지역 발전을 이끌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서 후보의 시장 경력에 후한 점수를 주는 주민들이 많았다. 60대 중반의 박모씨는 “서 후보는 시장을 해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게 장점이라 뽑을 생각”이라며 “당도 민주당보다는 통합당에 마음이 조금 더 가고 있다”고 했다. 윤모(여·65)씨도 “시정을 잘 이끌었던 서 후보에게 투표할 계획”이라며 “김 의원은 현역 의원이지만 특별히 지역을 위해 이룬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면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여·49)씨는 “김 후보는 현역 의원인데 지역을 위해서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시장으로 일을 잘했던 서 후보가 지역을 발전시켜 민생과 경제를 살려줄 것이라고 생각해 표를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모(68)씨도 “개인적으로 김 후보가 중학교 후배라 고민 중이지만 서 후보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간다”며 “서 후보는 역대 부산시장 중에 가장 일을 잘했고, 큰 실수 없이 시장 임기를 잘 마무리했다”고 평했다.

반면 서 후보의 시장 재임 시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김모(63)씨는 “서 후보가 시장으로 일할 때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해 뽑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전모(63)씨도 “서 후보가 시장일 때 무리하게 중앙버스전용차로(BRT)를 도입하면서 지역 민심을 많이 잃었다”고 했다.

서 후보는 시장 시절부터 부산진구 지역을 챙겼다며 지역 발전을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서 후보는 “시장 4년 동안 진구에 초연근린공원 새 단장, 국제아트센터 유치 등을 이뤄냈다”며 “국회로 가서 당감 글로벌 기업도시 조성과 부전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이끌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서 후보는 김 후보에 대해 “586 운동권 정치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며 “제대로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고, 지역에서도 지난 4년간 이룬 게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 진구의 민원 클라우드. 중앙선관위 제공.

무소속 정근, 어느 쪽 표 더 많이 빼앗을까
이번 부산진갑 선거의 최대 변수는 무소속 정근 후보다. 정 후보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뛰었으나 나성린 후보가 전략공천을 받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시 정 후보는 24.71%를 득표해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줬다. 부산에서 대형 안과를 운영하는 의사인 정 후보는 진갑 표밭을 꾸준히 다지면서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감동 주민 박모(39)씨는 “오랫동안 지역을 다진 정 후보에게 정이 가 이번에 표를 줄 생각”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도 통합당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서 후보가 전략공천되자 극렬 반발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정 후보는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하면서 삭발을 하기도 했다.

정 후보가 19대 총선 때처럼 선전한다면 서 후보에게 불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당감동 주민 허모(71)씨는 “정 후보가 가져가는 지지율은 서 후보의 것”이라며 “서 후보 입장에서는 정 후보가 굉장히 미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고, 부산 호남향우회 1호 명예회원이기도 하다. 이 같은 경력으로 정 후보가 김 후보 표를 일부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당 관계자도 “지난 지방선거 때 오 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정 후보가 서 후보 표만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판”이라고 했다.

[기자가 본 찐심은]
박재현 기자 “김영춘, 사람은 참 좋은데…민주당은 좀…”
이상헌 기자 “서병수, 시장까지 했는데 마 단디해서 진구 좀 살려주이소”

부산=이상헌 박재현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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