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서 강제 노역한 피해자. 연합뉴스(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일본 전범 기업에서 강제노역했던 피해자들의 추가 손해배상 소송이 1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 측은 재판에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고, 국내 법원이 국제 송달로 보낸 소송서류가 일본 기업에 전달됐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광주지법 민사14부(이기리 부장판사)는 9일 강제동원 피해자 자녀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2건의 재판을 열었다. 앞서 A씨 등 12명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B씨 등 8명은 스미세키 홀딩스(전 스미토모석탄광업)를 상대로 강제노역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했다.

원고들이 지난해 4월 29일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지난해 11월 첫 재판과 12월 두 번째 재판에 이어 이날도 피고 측 관계자가 불참하면서 재판은 1~2분 만에 끝났다. 이날까지 세 차례 연기된 것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국내 법원이 미쓰비시 중공업 등에 보낸 소송 서류가 다음 재판 때까지도 송달되지 않으면 공시송달 절차를 밟아 피고가 불출석한 상태에서도 재판을 할 수 있는 궐석재판 형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소재지 등을 알 수 없을 때 관보 등에 서류를 게재한 뒤 그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궐석재판을 하게 되면 원고가 제출한 근거 자료로 입증 절차를 거친 뒤 재판부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여부를 판단한다.

다음 재판은 5월 14일 오후 2시에 열리며 선고기일은 6월 11일로 예정됐다.

원고 측 법률 대리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장 김정희 변호사는 “서울에서도 같은 재판이 진행 중인데 국내 법원이 보낸 소송 서류를 일본 외무성이 반송 처리한 바 있다”며 “광주지법에서 보낸 소송서류도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에서 송달 절차를 원활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소송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우리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간의 실무도 거의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체인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과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지난해 4월과 올해 1월 추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와 가족 등 87명이 각각 미쓰비시광업(현 미쓰비시머티리얼·28명), 미쓰비시중공업(16명), 홋카이도 탄광 기선(15명), 스미토모석탄광업(8명), 미쓰이광산(현 니혼코크스공업·10명), 신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3명), 일본광업(현 JX금속·2명), 니시마쓰건설(2명), 후지코시강재(1명), 히타치조선(1명), 가와사키중공업(1명) 등 11개 전범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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