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노사민정협의회가 노동계의 광주형 일자리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형 일자리의 근간인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준수해달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9일 오후 함평 월야면 외치길 14-158 빛그린 산단 내 광주 글로벌모터스(GGM) 자동차 공장 공사 현장사무소에서 올해 1차 회의를 갖고 공동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노사민정의 중요한 축인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들이 불참해 ‘반쪽 협의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협의회는 “그동안 현안논의를 위해 노사민정이 만나는 협의회를 수차례 개최하려고 했으나 노동계 불참에 따라 뒤늦게 첫 번째 회의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자동차공장 건설은 현재 정상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9월 양산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고용 1000여명 채용도 단계별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외형적으로 공장건설이 순조롭게 추진되는 것과 달리 사업추체간 갈등과 반목으로 광주형 일자리가 큰 난관에 직면했다”며 “지난 2일 한국노총이 협약파기 선언으로 광주형 일자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50만 광주시민과 온 국민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성공시키겠다고 약속해놓고 일방적으로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노사 상생의 일자리 사업으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회는 또 “이견이 있다면 공식 협의기구인 노사민정협의회 틀 속에서 치열한 논의로 해결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어렵고 많은 시민이 일자리에서 내몰리는 미증유의 위기상황”이라며 “유례없는 비상상황을 맞아 국민적 기대와 광주시민의 바람을 좇아 노동계가 하루빨리 복귀하기를 요청한다”고 거듭 밝혔다.

광주시에게는 사업의 추진 주체이자 최대 주주로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했다.

큰 책임감을 갖고 노사 신뢰 회복과 사업 성공을 위해 폭넓게 소통해달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2019년 1월 31일 노사민정협의회 합의로 시와 현대차가 체결한 투자협약서, 노사 상생발전협정서도 공개하도록 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전제로 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에는 자동차 부품, 자재 조달에 지역기업 참여를 보장하고 원·하청 간 상생, 격차 해소 노력과 함께 사업 추진 의지를 담은 확고한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GGM에 임원 임금 수준 적정화를, 시민사회단체에는 지역 역량 결집과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결의문 발표 후 협의회가 공개 요구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협약서와 노사 상생발전협정서’를 공개했다.

협정서는 2014년 광주형 일자리 사업 논의 이후 수십 차례 협상한 끝에 2019년 1월 30일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의결해 이튿날 광주시와 현대차가 체결한 완성차 투자협약의 부속서류로 첨부된 것으로 광주형 일자리의 ‘헌법’이나 다름없다.

협정서는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인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개선이 협상을 거쳐 적정임금, 적정 노동시간,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소통·투명 경영으로 반영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협의회 직후 공개된 협정서 주요 내용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이사가 지난해 1월 말 서명한 협정서는 8개 조항이다. 현대차가 경차급 SUV 차종을 새로 개발해 신설 법인에 생산을 위탁하고 법인은 약 19만평 부지에 2021년 하반기까지 가동을 목표로 연간 생산능력 10만대 규모로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광주시는 중앙정부와 협력해 보조금 지급, 세제 감면, 근로자 복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현대차는 공장 건설, 생산 운영, 품질 관리 등 기술 지원을 하기로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노사 상생발전 협정서(상생협의회 운영에 관한 부속 결의), 적정임금 관련 부속 협정서(광주시 지원 공동복지 프로그램), 신설법인 자본금 및 주주 구성, 광주시 인센티브,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협력방안 등 5개 첨부 문서에는 세부사항을 담았다.

신설 법인 상생협의회 결정 사항의 유효기간은 누적 생산목표 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돼 있다. 근로 조건으로는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 평균 초임 연봉 3500만원(주 44시간 근무 기준) 등도 포함됐다.

주거, 교육, 의료, 문화, 근로 환경 등 관련 6개 분야 공동 복지 프로그램 구축도 제시됐다. 신설 법인 투자 규모는 약 7000억원, 설립 자본금은 40%인 2800억원으로 하고 광주시 측 590억원(21%), 현대차 530억원(19%), 지역사회 산업계 공공기관 재무적 투자자 등 1680억원(60%) 등 지분율도 담았다.

그동안 협정서는 업무상 비밀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계가 시와 현대차의 밀실 협상 등을 주장하자 내용을 공표하게 된 것이다.

최대주주인 시가 현대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정서 공개를 결정한 것은 노동 이사제 도입, 합작법인 광주 글로벌모터스 박광태 대표이사와 박광식 부사장 경질 요구 등 다른 쟁점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해 협정서 공개가 가져올 효과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노총은 협정서 공개와 관련,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소통·투명 경영 등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 가운데 임금과 노동시간을 뺀 나머지 2개 분야의 구체 방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어차피 특별한 내용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지난해 9월부터 원하청 격차 해소, 투명 경영 등과 관련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라고 했지만 충분한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