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서 9일 한 시민이 애완견을 데리고 어두운 골목길을 걷고 있다. 이스라엘은 유월절 기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7일부터 국가적 차원의 봉쇄조치에 나섰다. AP 연합뉴스

전세계가 2020년 새해맞이에 들떠있던 지난해 12월 31일 팬데믹의 비극은 시작됐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 보건당국은 이날 오후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 27명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명명된 이 전염병이 세계를 완전히 마비시키는 데는 100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8일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50만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는 9만명에 다가서고 있다. 일상은 사라졌고, 경제는 멈췄다.

새해의 첫 한달 동안 코로나19는 대륙을 건넜다. 인구 1100만의 도시 우한에서 퍼지기 시작한 바이러스는 1월 24일 유럽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 자체가 봉쇄된 우한은 생지옥으로 변한 뒤였지만, 봉쇄 전 우한을 빠져나간 인구는 500만명이었다.

코로나19의 진앙은 우한에서 유럽으로 옮겨졌다. 3월 초 이탈리아의 감염자 수가 하루에 1000명을 훌쩍 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했다. 3월 중순이 지나자 일상생활이 가능한 도시는 찾기 어려워졌다. 유럽을 강타한 코로나19는 미국으로, 동남아시아로, 중동으로, 일본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우한은 정상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지난달 들어 중국 내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명대로 줄어들었고, 8일 0시를 기해 우한 봉쇄령이 해제됐다. 유럽 일부 국가들도 최근 들어 확산세가 주춤하자 이동제한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영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남미 지역은 코로나19가 정점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들 지역은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아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각국이 코로나19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더라도 해결 과제가 만만치 않다. 전세계 경제가 이미 두 달 넘게 멈춰져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 아시아 역내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 규모를 2조∼4조1000억 달러(약 2400조∼5000조원)로 제시했다.

생산과 소비가 중단되자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맸다. 실업자들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미국에서 지난달 셋째 주와 넷째 주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각각 330만건과 665만건으로 2주 연속 신기록을 경신했다.

각국은 경기부양 대책을 발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16일 종전 1.00%~1.25%인 기준금리를 0.00%~0.25%로 내려 금융위기 때와 같은 ‘제로 금리’를 채택한 데 이어 같은달 24일에는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인 2조2000억 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놨다. 일본은 금융위기 당시 발표한 경제대책(56조8000억엔)의 약 2배에 육박하는 총 108조엔(약 1200조원) 규모의 긴급경제대책을 마련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세계 경제가 언제쯤 회복될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느려지더라도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는 경제 활동이 정상화되길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동제한을 섣불리 완화했다가 ‘제2의 유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섬뜩한 우려도 있다.

밴 버냉키 전 미 연준 의장은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화상 토론에서 ‘V자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버냉키 전 의장은 “(코로나19) 위기가 다시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자신감이 생기기 전까지는 경제가 정상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면서 “아마도 경제활동 재개는 꽤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경제활동은 상당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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