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한 전문가’ 김병관 vs ‘똑부러지는 동네형’ 김은혜 [찐심리포트-성남분당갑]



경기 성남 분당갑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던 곳 중 하나다. 보수정당을 20년간 밀어줬던 지역민들이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깜짝 드라마의 주인공은 문재인 당시 당대표가 직접 영입한 IT전문가 김병관 의원이다. 재선에 도전한 김 의원을 막기 위해 MBC 앵커와 이명박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가 나섰다.

[과거 찐심] 성남 분당갑은 대표적인 부촌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었다. 고흥길 전 의원이 16대부터 18대 총선까지 한나라당 당적으로 내리 3선을 했다. 이 기세를 이어 19대 총선에선 이종훈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20대 때는 분위기가 바뀌어 김병관 민주당 후보가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를 꺾었다.

[현재 찐심]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김은혜 후보가 앞서가던 김병관 후보를 바짝 따라붙었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김병관 후보(45.6%)가 김은혜 후보(35.3%)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하지만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이달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김은혜 후보(39.3%)가 김병관 후보(38.9%)를 따라잡으며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병관 “분당에서 아이 키웠고, 판교에서 기업 일궜다”

김병관 후보가 지난 6일 오후 분당 황새울공원에서 명함을 돌리자 조깅하던 한 여성이 “파이팅!” 소리치고 지나갔다. 김 후보의 명함을 받아든 회사원은 “판교에서 유명한 사업가였다”고 동료에게 설명했다. 김 후보가 명함을 주려 하자 “어차피 찍을 테니 안 줘도 된다”고 하는 주민도 있었다. 응원을 받은 김 후보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친 뒤 걸음을 재촉했다.


김 후보는 분당에 10년 넘게 거주하면서 의원이 되기 전 IT회사 대표로 일했다. 스스로를 “분당에서 아이를 키웠고, 판교에서 기업을 일군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백현동 주민 정모(53)씨는 “김 후보가 지역 현안을 훤히 알고 일한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1가구 1주택 실소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위해 힘 쓰는 걸 특히 좋게 봤다”고 칭찬했다.

반면 김 후보를 지역에서 자주 보지 못했다는 싸늘한 평가도 나왔다. 야탑동에 거주하는 이모(32)씨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김 후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판교동에 사는 이모(32)씨는 “시민 행사에 자주 참여하는데 김 후보는 거의 참석을 안 하더라”고 꼬집었다.

집권여당 프리미엄이 김 후보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판교역 앞에서 만난 박모(41)씨는 “민주당을 밀어줄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처도 그렇고 야당과 여러모로 비교가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매동 주민 김모(37)씨는 “김 후보를 잘 몰라도 당을 보고 고민 없이 뽑겠다”고 했다. 서현동에 거주하는 박모(64)씨도 “정부가 잘하고 있으니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네 형’같은 김은혜 “4년 동안 잃어버린 분당 가족들의 행복을 되찾아오겠다”

김은혜 통합당 후보가 지난 6일 탄천 일대에서 “열심히 하겠다”며 연신 인사하자 산책하던 주민이 사진을 같이 찍자며 다가왔다. 김 후보는 환히 웃으며 “벚꽃보다 더 예쁘시다”라고 답하는 등 친화력을 보였다. 분당에 특별한 연고는 없지만 그가 유세차에 올라 아파트촌을 누비자 거리의 사람들 중 절반 정도가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시범단지현대아파트 주민 이미연(40)씨는 “뉴스 앵커를 해서 얼굴도 익숙하고 ‘동네 형’같은 느낌이라 호감이 간다”고 했다. 몇몇 주민은 김 후보의 모습이 보이자 반가워하며 달려와 안부를 묻기도 했다.


반면 지역 연고가 없는 김 후보를 탐탁치 않게 보는 주민들도 있었다. 백현동 주민 이모(60)씨는 “텔레비전에서만 많이 봤지, 우리 동네에 나오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탄천을 산책하던 대학생 박상아(25)씨도 “김 후보가 이미지는 정말 좋은데, 선거철에만 (이곳에) 정치인이 나오는 것 같아 아무래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고 말했다. 주부 한모(47)씨는 “분당을 잘 모르는 사람이 와서 일해 봐야 헷갈리기만 할 것”이라며 “이제 초선 의원이 되면 재선을 하는 상대 후보보다 영향력이 약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은 이번 총선에선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박모(23)씨는 “문재인 대통령을 친구로 표현하면 사교성은 좋은데 밥벌이는 못하는 사람”이라며 “힘 있는 야당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가 정재훈(53)씨는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돈을 빌리기가 너무 힘들다. 운동권들이 정치 잘하겠다더니 나라를 망치고 있다”며 “김은혜는 몰라도 통합당은 지지한다”고 말했다.

빛바랜 1기 신도시 분당…리모델링 해줄 사람 필요해

분당은 대표적인 1기 신도시로, 개발된지 28년이 지나며 도시의 인프라가 노후해진 상황이다. 교통과 교육시설 노후화, 난개발 등 생활에 밀접한 문제들이 응축돼 있다. 두 후보 모두 분당을 리모델링하겠다며 ‘1기 신도시 재생 특별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분당에선 판교와 다른 지역 간의 대중교통 편의성 격차가 크다. 많은 주민들이 “이번엔 꼭 교통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병관 후보는 “지하철 8호선과 3호선을 연장하고 트램을 조기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후보도 지하철 8호선과 3호선 연장 및 서울행 버스 노선 다양화 등 교통 공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현동 110번지 일대에 3000세대 규모의 청년 공공주택지구 개발 사업을 두고도 주민의 불만이 크다. 그 일대 서현로 주요 구간 5km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만 40분이 걸릴 정도로 교통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강태구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교통과 교육시설 등 필수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개발 사업은 철회돼야 한다”며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병관 후보 측은 “2014년 김문수 경기도지사 시절 사실상 확정돼 진행된 사업이기 때문에 바꾸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면서도 “주민공론화를 추진해 주민들의 뜻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20대 총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김병관 후보를 도우러 분당까지 찾아와 10년 공공임대를 하면 내 집으로 싸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006년 계약 당시 2억원이면 살 수 있다고 했던 집이 지금은 7억원대로 껑충 올랐다. 봇들마을휴먼시아 3단지 주민 정점주(53)씨는 “주민들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는 분위기”라면서도 “문 대통령과 여당이 더 힘이 있으니 누구를 뽑을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 전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분당갑 주민은 6000여 세대에 달한다. 김병관 후보는 “문제를 해결을 위해 임기 초기에 ‘공공주택특별법’ 발의를 했고, 대정부질문을 비롯해 국토부, LH 등과 수시로 협의 중”이라며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감정평가금액 인하 등 주민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IT·게임업체 등이 입주해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는 지역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시설이다. 테크노밸리에서 일하는 김모(35)씨는 “이곳에서 오래 일한 김병관 후보가 테크노밸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했다. 반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김은혜 후보는 “판교에 벤처와 IT사업이 모여있다는 것만으로 안주하면 안 된다”며 “잘못된 규제를 없애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더 배터리’라는 SNS 소통 방식으로 사업가들이 서로 전략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병관 후보는 “저는 상장사 임원을 역임한 실물경제 전문가이자 누구보다 청년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학부모”라면서 “교통 문제와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 공공주택지구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최우선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은혜 후보의 공약은 듣기만 좋을 뿐 실제로는 지역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공약이 많다”며 “지역을 잘 아는 제가 지난 4년간 시민들과 진행해온 일들을 마무리 짓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은혜 후보는 “이제 분당엔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4년 동안 유예된 분당 가족들의 행복을 되찾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분야만 아는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으로 넓게 볼 줄 아는 제네럴리스트가 분당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서현동 110번지 문제와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 전환 문제 그리고 노후화된 교육시설 문제와 교통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판교와 분당의 대변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본 찐심은]
이현우 기자 “현역은 주민들이 잘 모르고, 도전자는 지역을 잘 모르고”
김용현 기자 “문재인이 데려온 김병관은 4년 동안 어디에 있었나”

김용현 이현우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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