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처음이라] 소병철 “고향 순천 위해 소처럼 일하겠다”




모든 처음은 처음이라 다르다. ‘역대 최악’ 소리를 듣는 20대 국회지만, 그들도 처음 선거운동에 뛰어들었을 때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똘똘 뭉쳤을 것이다. 그랬던 이들이 ‘배지’를 달더니 싹 달라졌다. 4·15 총선판에 뛰어든 ‘초보 정치인’들의 초심은 또 어떻게 변할까. ‘선거는 처음이라’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처음’을 기록으로 남긴다.


“음메에~”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 후보의 유세 차량에서는 ‘소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유세차가 도로를 지나가면, 시민들은 하나같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유세 차량을 쳐다본다. 쳐다본 뒤엔 어김없이 어이없다는 헛웃음이 이어진다. 소 후보 캠프는 후보의 성씨를 활용해 “소처럼 일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데, 여기에 맞춰 유권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순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우리 동네에는 소 후보 차량이 아직 안 왔다. 언제 오느냐”라는 글이 올라올 만큼 화제라고 한다.


선거 유세 첫날인 지난 2일, 소 후보는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유세차에 올랐다. 소 후보는 이날 아침 첫 연설을 할 때 목이 메고 눈물이 많이 났다고 한다. 소 후보는 “국민의 대표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무겁게 다가왔다”며 “그만큼 신성하고 소중하게 국민을 위해서 봉사해야겠다는 결의가 마음속에서 올라와서 굉장히 뭉클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 후보는 오후에도 순천 아랫장 앞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처음에는 어색한 듯 유세차 가장자리에 서서 난간에 몸을 기대고 발언했지만, 20여분쯤 지나자 조금 익숙해진 듯 점차 유세차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 후보는 “짝사랑도 10년이면 손을 잡아준다”며 “문재인정부를 위해서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반드시 힘껏 밀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순천은 민주당이 10년 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던 지역으로, 이번에 꼭 탈환해야 할 곳으로 꼽힌다.

소 후보를 알아본 시민들은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응원을 건넸다. 어떤 시민은 말없이 엄지를 들어 보이고, 어떤 이는 “최고! 최고! 1등으로 될 것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소리쳤다. 소 후보는 유세 차량에 가까이 다가와서 응원하는 시민에게 마이크를 잠시 넘겨주기도 했다. 지나가는 차들도 클랙슨을 울리며 소 후보에게 아는 척을 했다. 소 후보는 그럴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시민들의 응원이 더해질수록 소 후보도 점차 자신감과 여유를 찾는 듯했다.


소 후보는 1986년 검사 임관 후 2013년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무리했다. 그는 퇴직 후 전관예우를 거부해 법조계에 신선한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전관예우 거부는 고위직 검찰 간부로는 최초였다고 한다. 그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전관예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제 행보가 검찰에 대한 신뢰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후배 검사들에게 ‘우리 선배 중에 이런 분도 있구나’라는 자부심이 들게끔 하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앞서 수차례 정치 입문을 권유받았던 그가 결정적으로 이번 총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검찰개혁에 대한 책임감과 소명 의식 때문이다. 소 후보는 “지난 1년 동안 검찰로 인해 국민께 염려를 끼쳐드려 너무 힘들었다”며 “검찰을 떠났음에도 검찰 선배 중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어도 될까’하는 고민을 하던 중, 지난해 12월 민주당 인사들이 찾아와 소 후보에게 검찰개혁에 대한 화두를 꺼냈다고 한다. 소 후보는 “마침 검찰개혁과 관련된 고민을 하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에, 당에서 검찰개혁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바로 마음속에 반응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검찰 개혁에 대해 생각만 하는 것과,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소 후보가 생각하는 검찰 개혁 방향은 무엇일까. 그는 일단 검찰의 권한을 균형 있게 분점하는 동시에, 검찰 조직 문화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소 후보는 “분명한 것은 검찰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검찰의 주인은 아니다. 혹시나 검찰 구성원들 스스로 검찰의 주인은 검찰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바뀌어야 한다. 검찰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국민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그는 총선 이후에 정치권에 굉장한 격돌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래통합당이 고위직 검사 20여명을 영입한 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당 원내대표가 탄핵이라는 용어를 썼지 않느냐”며 “이와 관련한 법적인 공세가 있을 것으로 보고, 법률가로서 그 부분에 대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개혁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는 ‘방패’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소 후보는 당선 뒤에 발의하고 싶은 ‘1호 법안’으로는 선거법 개정안을 꼽았다. 이번 총선에서 ‘쪼개기 선거구’ 획정으로 다른 선거구로 떨어져 나간 해룡면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것이다. 소 후보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그는 지난 1월 초 인재 영입 기자회견에서도 팔마비(八馬碑), 순천만 등을 언급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었다. 그는 “고향으로서의 순천을 떠올리면 어머니가 계시는 곳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마음이 푸근해지곤 했지만, 지역구 후보자로서 순천에 오니 순천의 현안과 시민의 목소리가 무겁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퇴직 후 순천대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하며 보수를 모두 장학금·발전 기금으로 기부한 이야기도 유명하다.

‘깨끗한 정치’를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소 후보는 “검찰에 있으면서 올바른 길을 평생 지향해 왔다”며 “깨끗한 정치를 통해서 국민들께 봉사하는 정치인,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순천=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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