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거는 과학” 양정철이 도입한 빅데이터, 민주당 효과 봤다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2일 차 한 대도 지나다니기 힘든 자양2동의 골목 곳곳을 찾아가 인사를 나눴다. 지역구의 숨은 골목길까지 찾아다니는 ‘골목유세’는 유튜브 유세와 더불어 고 후보의 핵심 선거운동이다. 언제, 어느 골목을 찾아갈지 어떻게 결정할까. 해답은 민주당이 제공하는 ‘빅데이터 시스템’에 있다. 민주당 후보자 전원은 해당 지역구에 제공되는 빅데이터 자료를 통해 어느 시간대 어디로 유권자가 모이는지 알 수 있다. 고 후보 측 관계자는 “골목유세 일정을 만드는 데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빅데이터 시스템은 “선거는 과학이다”라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판단 아래 9개월 전부터 극비리에 진행됐다. 민주당은 후보 공천을 확정한 뒤에야 후보들에게 빅데이터를 제공할 정도로 보안을 철저히 지켰다. 한국 정당 역사상 빅데이터 시스템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3일 “3선~5선 의원을 해도 지역을 알 수 없는 게 있다”면서 “세대별 성별 취향과 소비패턴을 파악해 유권자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향후 20대 대선을 포함한 모든 선거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구을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동 일대에서 골목길 유세를 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스템은 이동통신기록에 기반한다. 이동통신사가 갖고 있는 가입자의 수년치 동선, 소비 패턴 등 데이터를 합법적 범위 안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민주연구원이 이동통신사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선거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양 원장은 현행법상 개인정보가 특정되지 않을시 데이터 활용이 가능한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상업용 서비스를 선거에 접목한 셈이다. 민주연구원 관계자는 “연구원이 제공하는 시스템 덕분에 민주당의 모든 후보들은 유동인구, 세대별, 지역별 특성까지 나온 데이터를 활용해 ‘과학적 선거운동’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박빙지역 후보들이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한다. 미래통합당 나경원 후보를 상대하는 이수진 후보(동작을)는 유세 차량의 모든 동선을 빅데이터에 맡기고 있다. 빅데이터가 제공하는 시간대별 정보에 맞춰 아침·저녁인사 장소 등 모든 일정을 짠다. 이 후보 측은 “실제로 데이터를 따라가보면 사람이 정말로 많이 모여있어 놀란 적이 많다”며 “현수막을 다는 위치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이수진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동작구 남성역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와 인사하고 있다.

일부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빅데이터를 공약에 접목했다. 노웅래 후보(마포갑)의 경의선숲길 공원 단절 구간 연결 공약이 대표적이다. 노 후보 측은 “시간대별로 화면에 뜨는 동그란 점들이 유동인구를 나타내는데 마포의 경우 공원에 유동인구가 많다”며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약을 만들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빅데이터를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철저한 보안 아래 운영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는 당사자는 후보자와 후보가 지정한 1인으로 한정했다. 선거가 시작되기 전 빅데이터 열람 대상자를 기준으로 보안교육을 실시하고 보안각서까지 받았다.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화면 캡쳐 시 열람 대상자의 워터마크가 노출된다.

민주당 후보자들과 캠프에선 빅데이터 시스템이 이번 총선에서 톡톡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선거는 체력전인데 빅데이터 덕분에 효율적으로 유권자와 접촉하고, 맞춤 공약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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