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없는 난파선’ 통합당…유승민 “보수 재건하겠다”

김종인 “탄핵 이후 ‘보수’만 외친 잘못”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왼쪽)이 지난 14일 경기도 안산단원을에 출마한 박순자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16일 “국민의 선택을 무거운 마음으로 받들겠다”며 “백지 위에 새로운 정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4·15 총선 참패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한 보수정당을 다시 새로운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저희들이 크게 부족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보수의 책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했다. 더 성찰하고, 더 공감하고, 더 혁신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총선 패배 책임론의 직격탄을 맞지는 않았다. 그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공식 직책을 맡지 않은 채 수도권 중심의 지원 유세에 집중했다. 보수 재건 과정에서 그가 당 안팎의 호응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과거 바른미래당을 창당하며 손잡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다시 뜻을 모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의원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온 통합당의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방안에 대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텐트’ 막말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후보에 대한 당의 뒤늦은 조치에는 “판단이 안이했다”고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공천면접장으로 이동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오른쪽).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는 공천배제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연합뉴스

다만 그가 수도권에서 지원했던 친유승민계 의원들이 대부분 당선되지 못해 선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지역에 나온 이혜훈 오신환 진수희 지상욱 이준석 후보 등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통합당의 수도권 성적표 자체가 처참한 수준이었다. 당 안팎에선 공천배제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기사회생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오전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화견을 열고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은 인정한다.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솔직히 아쉽지만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정부 여당을 견제할 작은 힘이나마 남겨주셨다”고 했다. 이어 “야당도 변화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 마음을 잘 새겨 야당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야당이 미흡했던 변화에 대한 질문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이 변화해야 할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며 “별로 노력한 흔적도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보수’ ‘보수’만 외쳤다. 아무 변화도 안 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가 나라를 옳지 않은 길로 끌고 갔다고 본다”며 “하지만 국민이 이 정부를 도우라고 한 만큼 야당도 그 뜻을 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부족하고 미워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 부탁한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추스르는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선 “선거가 끝나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간다고 얘기했다”며 부인했다. 통합당 내에선 “선장도 없는 난파선을 탄 처지”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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