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복서' 만화 컷. 네이버웹툰 제공


지난해 12월 네이버웹툰에 혜성처럼 등장한 ‘더 복서’는 한국형 복싱 만화의 부활을 기대하게 하는 신작이다. 지바 데쓰야의 ‘내일의 죠’와 모리카와 조지의 ‘더 파이팅’처럼 복서의 삶을 생생한 작화로 풀어낸 이 만화는 단숨에 목요일 웹툰 최상위권에 자리매김했다.

만화는 천재 복서 유를 만화 중심에 놓는다. 주인공이 3명으로, 수재 복서 류백산과 성장형 캐릭터 인재도 등장한다. 정지훈(30) 작가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보통의 성장담과 달리 천재인 류가 전면에 나서 독자가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어릴 적 ‘더 파이팅’을 정말 재밌게 봤는데,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상대와 맞부딪치는 게 복싱 만화만의 매력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중간 순위만 되더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작품이 큰 호응을 얻어 독자분들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더 복서' 만화 컷. 네이버웹툰 제공


복싱 만화의 핵심 중 하나는 타격감 넘치는 작화다. 애니메이션 고교 만화창작과를 나온 그는 어릴 적부터 해온 숱한 습작을 통해 밀도 높은 컷을 선보인다. 학원도 꾸준히 다녔다고 한다.

사실 ‘더 복서’의 매력은 화려한 펀치 뒤에 숨겨진 깊이 있는 이야기에서 나온다. 독자들은 천재와 수재, 노력파로 구분된 주인공들을 두고, 자신이 공감 가는 인물에 응원을 던지고 있다. 특히 캐릭터마다 부여된 전사가 스토리의 입체성을 더하는데, 가령 왕따를 당했었던 인재는 복싱을 통해 단단해지기 시작하고, 유는 아픈 과거로 인해 표정을 잃은 인물이다. 정 작가는 “‘더 복서’는 복싱보다 사람 대 사람의 이야기에 초점을 둔 만화”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점도 있다. 복싱이라는 스포츠에 등장인물들을 현실성 있게 녹여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천재인 주인공이 자칫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기에 복싱의 룰이나 기술 등 기본적인 취재를 바탕으로, 깊은 심리묘사를 입히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을 많이 떠올리며 작품을 그린다. 예를 들면 천재를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절망감이나 누군가가 나를 응원해줄 때 느껴지는 용기 같은 것들이다”고 설명했다.


'더 복서' 만화 컷. 네이버웹툰 제공


이 매력적인 이야기는 불현듯 찾아왔다. 어느 날 ‘더 복서’의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는 정 작가는 “‘더 복서’는 그 마지막 장면에 도달하기 위한 만화”라며 “1화 처음에 나오는 빛나는 인물이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다.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고등학교에서 만화창작과를 졸업한 정 작가는 돌연 복지학과로 진학했다. 지금까지 만화의 기술적 측면을 다듬었다면, 이젠 만화에 담을 이야기들을 배우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환경에 자퇴했고, 다시 만화를 그리며 세상을 배우고 있다. 정 작가는 “경험은 역시 억지로 찾아 나서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주어진 것에 집중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재 초반임에도 벌써 출판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영상화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도 크다. 정 작가는 “우선 만화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면서도 “서사를 가진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다. 언젠가 내 작품을 직접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스토리와 연출에 흥미가 커 차기작부터는 스토리작가로 전향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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