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유가족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해 11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형제복지원의 진상을 규명할 과거사법 개정안의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형제복지원 사건을 진상규명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첫걸음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여전히 국회에 표류 중이다. 지난해 9년 만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이 묶여있다. 사건이 알려진지 33년이 지났지만 국가 차원의 공식조사도, 공식 사과도 미진하다. 관련 법의 부재로 민간에서의 실태조사마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피해자들은 한 목소리로 진상규명과 지원을 위한 국가의 조치가 법률에 의해 뒷받침돼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 생존자 149명의 95.9%인 141명이 피해치유 및 회복을 위한 지원항목으로 ‘피해자지원을 위한 진상규명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꼽았다.

과거사법은 2005년 국회에서 통과돼 같은해 12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해 2010년까지 4년2개월 동안 활동했다. 이 기간 항일운동, 민간인 희생사건 등을 조사해 8450건의 진실규명이 결정됐다. 이때 밝혀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희생자만 2만620명이다. 하지만 신청기간 1년에 홍보 부족으로 및 접수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았다. 미신청 집단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국회에서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법률안이 두 차례 발의됐었다. 제19대 국회에서 진선미 의원 등 54인이 2014년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의 임기종료로 폐기됐다. 2016년 7월 진선미 의원 등 73명이 ‘내무부훈령 등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법안 심사과정에서 정부가 과거사정리법 틀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과거사정리법 개정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과거사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재개, 자료제출 요구 근거 마련 등이다.


국회 법안 표류로 민간에서의 조사마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남찬섭 교수팀은 복지부 및 관련 부처에 타시설로 전원된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협조를 의뢰했지만 개인정보 등의 이유로 협조가 이뤄지지 못했다. 또한 당시 형제복지원에서 수용자들에게 약물을 투여했다는 의혹이 있어 관련 제약회사와 병원에 공문을 보내 관련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남 교수는 “시설로 전원된 피해자들 파악에 한계가 있었다”며 “국가가 현재 재가 피해자에게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타시설로 전원돼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을 파악하고 이분들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망자 명단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국가가 주도적으로 수사하고 사망자 명단을 찾아내 이들을 추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했으나 20대 국회 임기는 다음 달 29일로 종료된다. 21대 국회로 넘어가게 되면 피해자들은 또다시 기다림과 아픔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남 교수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과거사정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다시금 논의해 온전한 진상규명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