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19세기 조선에 이슬람 열풍…청색 책거리 등장

정병모씨,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책거리’ 펴내

책거리 그림은 조선 후기에 유행한 우리 고유의 정물화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책이라고 생각하기가 십상이다. 책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각종 물건이다. 책과 책 사이엔 화려한 중국 도자기들과 자명종, 회중시계, 안경, 거울, 양금 등 서양의 물건까지 보인다. 조선 중기에도 책과 함께 종이 먹 붓 벼루만 그려 넣던 ‘문방’이라는 장르가 있었다. 이런 서양의 사치품은 없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책가도', 19세기, 10폭 병풍(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민화 전문가’로 통하는 정병모씨(경주대 초빙교수)가 신간 ‘세계를 담은 조선의 정물화-책거리’(다할미디어)를 펴냈다. 책에는 조선 정물화 ‘책거리’에 대한 흥미로운 지식이 그득하다. 무엇보다 책거리가 그 시대가 탄생시킨 산물임을, 또 시대의 유행 색상까지 소화한 핫한 그림이었음을 알려준다.

책거리가 유행한 19세기는 바야흐로 물건의 시대였다. 이전까지 사회에선 ‘완물상지(玩物喪志․물건에 빠지면 이상을 상실하게 됨)’라 하여 사치품은 멀리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항해 시대 서양의 무역품이 중국을 거쳐 조선으로 흘러들어오자 고관대작들은 이 물건에 환호했다. 그 시대 사람들이 반했던 중국산 수입 도자기와 희한한 서양의 물건들은 그렇게 책 속에 함께 들어와 당당히 주인공이 됐다.

청색은 아시아에서 이슬람 문화를 상징한다. 서양에 대한 동경으로 청색 열풍이 불자 책거리의 뒤판 색도 통상의 갈색에서 청색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밖에 궁중 책가도에 등장한 서양화법이 민화에서는 거꾸로 평면화된 점, 가부장 사회에 항의하듯 반짇고리, 은장도, 비단신 등 여성의 물건만 배치한 책가도의 등장 등 책을 관통하는 문화사적 해석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