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유독 그래요. 밭에 창고하나 못 지으니 보물인들 반갑겠습니까”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절 제주 유생들에게 유학을 가르쳤던 제주 서귀포시 대정향교의 보물 승격을 앞두고 주변 토지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타 지역보다 강화된 제주도 문화재 보존·관리 지침을 현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4호 대정향교(대성전, 명륜당)의 보물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문화재청 ‘시·도 건조물 문화재 보물 지정 계획’에 승격 대상으로 선정됨에 따라 대정향교의 보물 승격을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대정향교 승격이 추진되자 주변 토지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도 지정 문화재인 상태에서도 재산권 제한에 이의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안 마련 없이 행위 제한만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정향교 문화재 보존지역 1구역의 한 토지주는 수년 전 제주도 문화재 보전·활용 종합계획 수립 용역에서 소유지를 2구역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진의 의견을 받았으나 최종 단계에서 무산돼 차기 논의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보물 승격이 추진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토지주는 “1구역에서는 농사 기구를 보관할 작은 창고하나 지을 수 없다”며 “국가지정이 되면 감독관청까지 멀어져 심리적으로 느끼는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개별 건축행위가 실제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현실적으로 따져 허가 여부를 판단하도록 문화재 보존지역에 대한 유연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정향교 1구역 토지주들은 앞서 2015년 건축행위 허용 기준 완화를 제주도에 요청했으나 조망성을 이유로 불허됐다. 이후 토지주들은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문화재 주변 재산권 행사 제한에 대한 불만은 도 전체적인 현상이다. 제주시 한림읍 명월성지(제주도기념물 제29호) 주변 토지주 역시 “농막 하나 지으려해도 문화재 지표 검사를 받도록 해 토지주들은 씨앗밖에 뿌릴 수 없다”며 “행정의 결정을 토지주가 납득할 수 있도록 거리를 중심으로 한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제주도에 유독 강화된 기준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제주도는 전북도 다음으로 문화재 보존지역 범위가 넓게 설정돼 있다. 국가지정 500m, 시도 지정 300m로 서울(50~100m), 부산 등 광역시(200~500m)와 비교해도 상당히 확대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이용제한토지도 늘어발 수밖에 없다.

대정향교 주변의 경우 1구역은 사실상 건축 행위가 제한되고, 2구역은 단층 건물(경사지붕 7.5m 이하)만 허용된다. 인근 지역이 4층까지 건축행위가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대정향교 문화재 보존지역 토지주들은 현재도 상당한 재산권 침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법상 국가지정문화재를 지정하는 과정에서 행정이 주민 의견을 수렴할 의무가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8년에는 제주향교 보물 승격 후 문화재청이 현상변경 기준 재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보물 승격을 뒤늦게 알고 크게 반발하는 등 도 지정 문화재가 국가 지정으로 승격될 때마다 보존 가치와 재산권 침해 간의 충돌이 반복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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