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캡처

중국 원양어선에서 벌어진 인도네시아 선원에 대한 시신 수장과 노동 착취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아프라카 해역에서 조업 중인 또 다른 중국어선에서 유사한 학대 사건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8일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페이스북에는 “한 인도네시아인이 소말리아 해역에 떠 있는 중국어선(LUQING YUAN YU 623호)에서 쇠파이프·유리병 등으로 고문당해 다리가 마비된 뒤 죽었다. 동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적은 글과 함께 3개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은 어선의 갑판 위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한 남성이 쉽게 일어서지 못하자 세 명의 동료들이 부축해 엎고 가는 모습에 이어 선실 안에서 시신을 이불과 붉은 천으로 감싸 묶은 장면이 나온다. 남성은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있고 수척한 모습이다.


특히 마지막 영상에는 앞서 이불로 묶은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바닷속으로 던지는 모습까지 담겨있다. 시신은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한참을 수면 위에 떠 있었다. 현지 매체들은 영상 속 남성들이 인도네시아 자바어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끔찍한 영상이 빠른 속도로 SNS에 퍼지자 인도네시아인들은 “중국 선박에서 선원들을 상대로 또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며 발 빠른 정부 개입을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페이스북에 올라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 해양수산부와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주중국 대사관과 인근 주케냐 대사관에도 정보 제공 등 협조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5일 한국의 환경운동연합과 공익법센터 어필은 인도네시아인 선원들이 중국 원양어선에서 심각한 인권 착취를 당했다며 사진·동영상 등을 공개했다. 이들 단체는 중국 다롄오션피싱 소속 어선 롱싱629호에서 일하다 부산항에 들어온 인도네시아인 선원들을 인터뷰했다.

당시 선원들은 동료 세프리(24)가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지난해 12월 21일 숨진 뒤 바다에 수장됐고, 롱싱629호에서 다른 배로 옮겨탄 알파타(19)와 아리(24)도 사망 후 바다에 던져졌다고 진술했다. 부산항에 도착했던 선원 27명 중 1명도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해 지난달 26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튿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어선에서 인도네시아 선원의 시신이 수장되기 직전 모습. 환경운동연합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는 피해 선원이 귀국하자 조사를 벌여 “19∼24세 사이 인도네시아인 선원 49명이 적어도 4척의 중국 어선에서 하루 평균 18시간 이상 일하도록 강요당했다. 일부 선원은 전혀 월급을 받지 못하거나 계약한 금액을 받지 못했다”며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적어도 3명의 인도네시아인이 질병에 걸려 숨졌고 시신이 태평양에 던져졌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 선원법상에는 항해 중 배 안에서 사람이 죽으면 ‘선장이 수장(水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선박이 공해상에 있거나 사망 후 24시간이 지났을 때 그리고 위생상 문제로 시신를 선내에 보존할 수 없는 경우 등이 조건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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