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곽예남 할머니 수양딸 이민주씨(왼쪽). 오른쪽 아래 사진은 정의기억연대가 공개한 방한용품 전달 장면. 연합뉴스, 정의연 페이스북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아미(ARMY)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보낸 기부 용품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측이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당사자가 하루 만에 입을 닫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고(故) 곽예남 할머니의 수양딸 이민주(46)씨는 20일 전북 전주 모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의 피해자인 위안부를 사회가 따뜻하게 품고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분들의 혜택을 중간에서 착복한 이들에게는 심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해 정의연, 나눔의집 사태를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어렵게 용기를 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씨는 전날 한 언론 보도로 논란이 된 아미의 후원 내용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나중에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른바 ‘봉침 목사’로 낙인찍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대부분 시간을 썼다.

앞서 이씨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한 패딩 점퍼와 방한용품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미는 2018년 국내를 비롯해 미국·일본·유럽 등에 머무는 팬들이 자체 모금한 돈 1100여만원으로 선물을 마련해 정의연에 기부했다. 당시 정의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미가 보내온 겨울나기 물품은 피해자들이 있는 지역을 방문할 때 전달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정의연을 둘러싼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씨의 발언이 또 한 번 논란을 낳자 정의연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2018년 12월 21일 곽 할머니에게 방탄소년단에 대한 설명과 함께 패딩 점퍼를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방문 당시 촬영한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또 “전달 과정은 내부 공유를 위해 촬영한 동영상에 다 담겨있다”며 “이용수 할머니께는 방문 전달이 어려워 2018년 12월 27일 (방한용품을) 택배로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피해자 중 병상에 누워있는 생존자를 제외한 16명에게 직접 또는 택배 발송을 했음을 밝힌다”며 소포 영수증을 첨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정의연 측 증거가 등장하자 이씨는 “(입장을) 댓글로 달았다”는 알 수 없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가 언론 기사에 댓글을 단 사실이 있다고 알려졌으나 어떤 내용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질문이 계속되자 그는 “현재 간질을 앓고 있고 우울증약을 먹고 있다”며 “오늘 아침 언론 등으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아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라는 관련 없는 대답을 했다.

뿐만 아니라 이씨는 “최근 지역 여당 관계자가 날 찾아와 ‘5월 30일이 되면 면책 특권이 생기고 거대 야당이 탄생해 법을 새로 만들 계획이며 정의연이 공격받고 있는 것을 막을 길이 열리니 그때까지만 조용히 있어 달라’는 당부 아닌 당부를 하고 갔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측은 “확인 결과 여권 지역 인사 중에는 이씨와 접촉한 사람이 없다”며 부인했다.

이씨는 곽 할머니를 이용하기 위해 수양딸을 자처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인물이다. 지난해 2월 곽 할머니가 화해치유재단 합의금 1억원을 받은 이후 이씨가 외제차를 타고 토지를 사들이는 등 석연치 않은 행동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지역 내에서는 유력 정치인 등을 상대로 한 불법 의료시술 의혹을 사 ‘봉침 목사’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의료법 위반과 입양한 자녀들을 차별하고 학대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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