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스포츠단 산하 프로게임단 ‘KT 롤스터’의 코치진이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연습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강동훈 감독, 최승민 코치, 최천주 코치. 이들은 이른바 ‘강동훈 사단’으로 불린다. 윤성호 기자

국민일보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프로게임단 KT 롤스터 연습실에서 ‘강동훈 사단’을 만났다. 강동훈 사단이란 지난해 킹존 드래곤X(현 DRX)에서 뭉쳤다가, 올해 KT에서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강동훈 감독과 최승민·최천주 코치를 뜻한다.

인터뷰 1부에선 올해 스프링 시즌을 5위로 마친 소감, 개막 5연패와 이후 8연승을 달리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 서머 시즌에 임하는 각오 등을 넣었다. 2부에선 코치진의 역할 분업과 유망주 육성 등 이들의 지도 철학을 담았다.

-스프링 시즌, 5위로 마친 소감은

△강동훈 감독=아쉬움이 남지만,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한 마디로 ‘서머 시즌이 더 기대된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즌은 정말 힘들었기에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5연패가 가장 힘들었다.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힘들었고…. 10년 넘게 선수들을 지도해왔지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봐야 한다’는 생각은 처음으로 해봤다.

선수들의 실력 문제를 떠나서 ‘이걸 어떻게 잡아주고, 이끌어줘야 하나’에 대한 고뇌가 깊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 스트레스가 코치한테 전해졌을 거다. 선수들도 힘들었을 거고. 주변에서 ‘액티비티(여가활동)’로 팀워크를 개선했다고들 하는데 그건 우리가 시도했던 많은 방법 중 하나였을 뿐이다. 방법이 정말 여러 가지가 있었다.

△최승민 코치=아쉬웠던 시즌이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우리 팀의 저점과 고점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 연패할 때는 최하위권 팀에도 졌다. 잘할 때는 최상위권 팀도 잡아낼 수 있었다.

△최천주 코치=지나고 나니까 드는 생각은 ‘재미있었다.’ 나는 원래 힘든 건 빨리 잊어버린다. 기세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선수들의 기본 실력도 중요하지만, 기세도 그에 못지않더라. 그걸 교훈 삼아서 서머 시즌 때는 처음부터 기세를 올릴 수 있도록 지도하려 한다.

-다사다난한 시즌이었다. 개막 5연패 부진의 이유는 무엇이었나

△강동훈=개막 직전 연습과 스크림을 거치면 ‘우리가 어느 정도의 팀은 이길 수 있다’ ‘해볼 수 있겠다’같은 견적이 나온다. 대부분 팀이 그렇다. 그런데 시즌 첫 경기였던 젠지전의 영향이 너무 컸던 것 같다. 1세트를 굉장히 잘했는데 2, 3세트를 너무 쉽게 졌다. 특히 3세트가 아쉬웠다. 갈리오 위치를 체크했었는데…. 그때부터 조급해지지 않았나 싶다.

저점과 고점이 존재한다는 거, 그것도 실력이다. 돌이켜보면 중간이 없었다. 잘했을 때와 못했을 때가 극명히 나뉘었다. 도깨비 팀이었다. 1등을 잡을 수 있는데 꼴등에 지는 팀. 좋은 건 아니다. 결국 우리 실력이 부족했다.

지금은 잘했을 때의 기량을 평소에도 낼 수 있게끔 팀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다. 스프링 시즌에 5연패를 했지만, 프로세스가 꼬인다면 서머 시즌에는 6연패나 7연패를 할 수도 있다. 빨리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기량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연패를 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최승민=보편적으로 팀이 연패하면 분위기가 굉장히 다운(Down)된다. 선수들의 말수가 적어지고 의사소통이 줄어든다. 그래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게 앞서 보도된 액티비티였다.

전에 같은 팀에서 활동해본 선수들도 있었지만 시즌 초에는 대체로 선수 간 사이가 서먹서먹했다. 그 서먹함을 깨주기 위해 같이 영화를 본다든지, 방 탈출 카페에 간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강동훈=방 탈출 카페에 가도 소통이 제일 적은 선수들을 한 조로 짰다. 게임 외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게임 내적으로도 의사소통이 안 된다. 방 배정도 선수들의 성향,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짰다. 선수들에게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중엔 알아챘을 것이다. 처음엔 ‘쟤랑 있으면 불편해요’하다가 시즌이 끝나고 나니 ‘의도적이었네’하더라.

△최천주=개인적으로는 편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했다. 연패하다 보면 대회에 나서기가 무섭다. 선수 때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굉장히 공감한다. 자신 없는 상태로 대회에 임하면 제 기량을 펼치기가 힘들다. 전반적인 팀 분위기를 풀어주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강동훈=선수들에게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끼지 않게끔 했다. 연습량을 늘리는 건 중요치 않다고 봤다. 심리적 압박감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코칭스태프가 먼저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로 ‘10등 감독’ ‘꼴등 코치’라고 불렀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관계자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이 게임은 팀원 간 신뢰가 깨지는 순간 시즌 끝난 거라고

△강동훈=맞는 말이다. 2018년까지는 그런 게 부족했고, 그래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2019년부터는 선수들과 사인할 때도 그렇고, 시즌에 들어가면서도 얘기한다. ‘신뢰 관계를 망가트리는 선수가 있으면 과감하게 쳐내겠다’고. ‘팀 분위기를 해칠 거면 S급 선수든 뭐든 신경 쓰지 않을 테니 나가라’고 한다.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지, 특정 선수가 잘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선수가 선수에게 직접 피드백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그건 제가 할 일이니 저나 코치진을 거쳐 말하라고 했다. ‘남 탓’을 원천 차단하려 한다.

-이후 8연승으로 극적 반등에 성공했다

△강동훈=조금만 틀이 잡힌다면 반등할 수 있을 거로 봤다. 멤버 구성이 어떻든 간에 팀적인 규칙을 잘 만들어나간다면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코치진이 방향을 잘 잡고,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준다면 전부 상대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느낌이 오더라. 연승하고 있어도 ‘무너졌다’ ‘흔들리고 있다’같은 느낌이. 6연승했을 때쯤부터 ‘질 때가 됐다’ 싶었다. 그때부터 좋은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걸 빨리 캐치해야 연승을 이어나갈 수 있다. 캐치는 했는데 흐름을 못 잡았다. 하하.

-포스트 시즌 성적, 5위에 그쳤다

△강동훈=5연패를 해놓고 단독 10등까지 갔다가 이 정도 했으면 굉장히 잘한 거라 본다. 아쉬움은 없다. 당장 3등이냐, 5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1년짜리 로드맵을 그려놓은 상태다. 어디까지 왔는지가 중요하다. 지금은 잘 따라가고 있다. 다만 서머 시즌 때도 똑같으면 안 되겠지. 기복을 줄여야 한다. 챔피언 폭 문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상체에 대한 얘기도 계속 나온다. 선수들도 이를 인지하고, 각성해야 한다.

-스프링 시즌 동안 지도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는

△강동훈=실력만 놓고 봤을 때는 김하람이나 ‘투신’ 박종익처럼 이미 갖춰진, 잘하는 선수들이다. 탑라이너나 정글러는 처음 들어왔을 때 기량이 굉장히 부족했다. 반쪽짜리 선수 같은 느낌이랄까. 팀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낮았다. 특히 탑라이너 같은 경우는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많았다.

‘소환’ 김준영은 노력을 많이 했고,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노력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그 지도 방식을 그대로 따라와 주는 게 대견했다. 가르쳐주면 하다가 말다가 하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준영이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하더라. 부족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자세 같은 것들이 훌륭했다. 인상 깊더라. 잘 됐으면 좋겠다.

‘보노’ 김기범은 공부를 했으면 잘했을 것이다. 우등생처럼 잘 따라온다.

-오프 시즌엔 어떤 점을 발전시키고자 하나. 서머 시즌 목표는

△최천주=포스트 시즌에 안착해 롤드컵 선발전까지 가는 게 목표다. 우리 팀의 약점은 다른 게 아니다. 높은 선수단 연령대다. 연습 때도 그렇고, 실전 때도 그렇고 심지어 평소 생활할 때도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있다. 집중력 향상 프로그램을 보강하려 한다.

△강동훈=최천주 코치가 말한 대로다. 사실 스프링 시즌 때도 몇 가지 프로그램을 시도해봤다. 연구소에 있는 프로그램을 체크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 정신 상태를 잘 잡아야 한다.

△최승민=지난 시즌 처음으로 포스트 시즌 무대를 밟아본 친구들도 있다. 거기서 만족할 게 아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한다면 선수들의 목표, 꿈의 무대인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도 불가능이 아니다. 정신 무장을 확실히 해서 다 같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강동훈=목표 설정을 다 똑같이 했다. 직행이 됐든, 지역 대표 선발전이 됐든 간에 롤드컵에 제대로 도전해보는 게 목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툴(Tool)을 다양화한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포스트 시즌과 선발전을 거치더라도 상관없다. 시즌을 전부 사용해 완성도 있는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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