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어느 해 수험생보다 곤욕을 치르고 있는 올해 고3을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쉽게 출제될까. 고3 수험생과 재수생, 반수생(대학 재학 중 대입 재도전)에겐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다보니 수능 난이도에 영향을 끼칠 위치에 있는 사람이 브리핑에 나설 때마다 꼬박꼬박 질문이 나온다. “올해 수능 난이도에 코로나19가 영향을 끼칠까요?”

답변은 한결같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고3 등교 이틀째인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도 비슷한 문답이 오갔다. 박 차관은 “대입 관련해선 일정이라든지 원칙이라든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수능을 2주 미루는 발표가 이뤄진 지난 3월 31일 브리핑에서 김동영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본부장이 “예년 수능의 난이도를 유지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한 이후 교육부든 평가원이든 매번 같은 대답을 내놓고 있다.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하는가. “예년 난도 유지” “예년 출제기조 유지”같은 말들은 걸러들을 필요가 있다. 출제 당국의 단골 레토릭이자 희망사항에 불과한 경우가 더 많았다. 수험생들을 냉온탕으로 몰아넣으며 널뛰기 난도란 비판을 받을 때도, ‘국어 31번 논란’으로 역대급 불수능 논란에 휘말렸던 2019학년도 수능 당일 아침에도 같은 말이 되풀이됐다. 출제 당국이 난이도 변화를 예고하면 사교육과 입시 현장이 요동치고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하니 이런 태도를 탓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걸러들을 수밖에 없다.

“예년 난도 유지”란 말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문제를 낸다는 뜻보다는 예년 수준의 변별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해야 한다. ‘난도가 높다’ ‘난도가 낮다’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같은 시험이라도 수험생들 수준에 따라 정답 비율이 달라진다. 적당한 변별력을 갖춘 시험을 설계하려면 수험생 수준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고3은 지난 20일 첫 등교를 했고 다음 날 첫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를 치렀다. 겨울방학부터 등교 연기, 원격 수업으로 이어진 5개월 넘는 기간에 어떤 성취를 이뤘는지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고3 수험생들이 수능까지 190일 남짓한 기간에 실력을 얼마나 끌어올릴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평가원은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평가로 학생 수준을 파악한다. 고3 수험생은 물론 재수생, 반수생도 들어오는 시험이어서 핵심 자료로 활용된다. 두 차례 모의평가로 부족할 수 있어 시·도교육청들이 돌아가면서 주관하는 고3 대상 학평 데이터도 비중 있게 쓰인다. 성기선 평가원장은 “21일 학평 결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공백의 실태는 여러 차례의 모의평가를 거친 뒤에야 드러날 수 있다. 실태가 드러나야 학생 변별을 위한 고난도 문항의 빈도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작년보다 문항 자체는 쉽지만 변별력은 더 높을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올해 변별력은 어떨까. 만약 모의평가에서 재학생과 재수생의 실력차가 확연하고 수능이 다가와도 격차가 줄지 않으면 출제 당국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출제 당국이 당초 예고한 대로 예년 변별력을 유지한다면 까다로운 시험이 될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은 ‘불수능’이라고 불렸다. 코로나19로 예년보다 재학생과 재수생의 실력차가 커졌는데 기존 변별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여버리면 재수생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고3 수험생과 학부모는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숨 막히는 시험 일정으로 불만이 본격화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재수생이 포함되는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현격한 격차가 확인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원격 수업 때문에 시간만 낭비했다’ ‘학교는 막고 재수학원은 열어뒀다’와 같은 교육 당국에겐 아픈 비판들을 쏟아낼 수 있다. 재수를 하겠다는 재학생이 늘어 사회적 비용 증가도 바람직하지 않다. 가뜩이나 정부가 정시를 대폭 늘려 ‘재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도 해법을 찾고 싶은 모습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고교 학부모들을 만난 자리에서 “고3 재학생이 재수생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협의하겠다”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가 “재수생들은 지금 신이 내린 기회라고들 한다”라며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자 꺼낸 답변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형평성 논란을 알고 있으며 해법을 모색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마땅한 대책은 아직 없어 보인다. 수능 일정을 미뤄 고3 학생에게 좀 더 공부할 시간을 주는 방안은 고3이 지난 20일 등교하면서 제외됐다. ‘쉬운 수능’ 역시 변별력 때문에 현재로선 고려하기 어려운 카드다. 수능에선 정부가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다만 수시에서 고3 1학기 비교과 반영 비중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안 정도는 검토할 수 있다. 9월 모의평가 일정을 당기는 방안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예년 입시에선 9월 모의평가 성적표를 받기 전에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됐다. 모의평가를 좀 일찍 치러 수시 원서를 낼 때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여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현재로선 정부가 고3을 위해 움직일지조차 불투명하다. 유 부총리의 발언이 고3 학부모들을 달래려는 ‘립 서비스’였을 수 있다. 박백범 차관은 21일 브리핑에서 “유 부총리 발언은 대학에서 여러 가지 그런 면들(고3 형평성 논란)을 고려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직접 움직이기보다 대학들이 알아서 고3을 배려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교육부가 움직이더라도 공개적으론 어려울 전망이다. 입시에선 누군가 웃으면 누군가는 울어야 하므로 섣부른 개입은 더 큰 논란에 휘말리기 쉽다. 고3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유 부총리 발언이 알려지자 당장 재수생이나 반수생이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로선 대입과 관련해 예측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성기선 평가원장이 21일 학평 당일 내놓은 조언이 그나마 유용해 보인다. “고3 수험생들은 수능 난이도 걱정 하지 말고 지금은 학업에 집중해달라.”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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