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가 경기도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 인테리어 예산을 짜면서 노인 거동을 보조하는 설비에는 한 푼도 배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힐링센터’로 사용하겠다더니 정작 고령으로 움직임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배려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정대협은 사업계획서에 위안부 할머니가 쉼터에 머물며 각종 요양 서비스를 받을 것처럼 보고했다.

국민일보가 22일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예산계획을 보면 정대협은 쉼터 인테리어 제작비 명목으로 총 3250만원을 책정했다. 장롱과 수납장 등 가구 제작에 2000만원, 식탁과 활동탁자 200만원, 책장 100만원, 싱크대 800만원, 야외테이블 150만원으로 세부 항목이 구성됐다. 또 주방기기와 침구, 블라인드 및 커튼, 의자 등 비품비로 2600만원, 냉·난방기, 소파, 프로젝터, 스크린, TV 5대 등 물품 구입비로 1780만원을 적어 넣었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노인 공동생활 시설은 휠체어 이동 공간 확보와 거동 보조용 손잡이 설치, 바닥 미끄럼 방지 대책 마련 등 노인 활동에 편리한 구조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정대협이 제출한 쉼터 예산계획에 이런 특수 설비 항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상 일반 가정집 또는 펜션처럼 인테리어 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예산계획만으로 확인은 어려우나 노인 보조 관련 항목은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존에 공개된 쉼터 안팎의 사진을 보면 노인 배려가 부족한 건물이라는 점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출입구부터 다소 가파른 계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휠체어 이동을 위한 우회로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내부 사진을 봐도 거실과 방의 벽면에 노인이 붙잡고 지탱할 만한 손잡이나 안전바를 찾아볼 수 없었다. 2층으로 통하는 계단 역시 좁고 가팔라 90대 안팎의 할머니들이 오르내리기가 어려워 보였다.

정작 정대협은 사업개요에서 할머니 8명이 쉼터에 머물며 각종 활동을 진행할 것처럼 기술했다. 사업 목적은 ‘편안한 안식처로서 쉼의 공간 제공’ ‘위안부 후유증 치유 및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외로움·고립감 극복’ ‘위안부 피해자와 젊은 세대 간 만남·연대의 장 제공’ 등이었다. 또 성과 목표로는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 및 피해 극복’ ‘노인 우울증 극복’ ‘살아있음에 대한 긍지와 보람’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대협은 주치의가 쉼터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할머니들 상담과 치료를 하는 한편, 영양제 처방과 독감 예방을 위해 병·의원과 보건소에 모시고 가겠다고 밝혔었다. ‘매주 1회 목욕탕 가기’ ‘건강한 식생활 마련’ ‘서예·원예·노래·그림 활동 전개’와 함께 ‘정기 수요시위 참석’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1일 명예관장’도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었다. 정대협은 쉼터 인근의 열악한 교통 사정을 염두에 둔 듯 따로 예산 4000만원을 편성해 12인승 스타렉스를 구입하겠다는 계획도 세웠으나 집행하지 않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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