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국가를 부르고 있다.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책임론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의 전선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과 코로나19 발원지 책임론에 이어 대만 문제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끝없는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악날한 독재정권’ ‘악의적 행동’을 하는 국가로 지목하는 등 감정의 골까지 깊어졌다. 미·중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11월 미국 대선까지 계속 격화될 전망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홍콩·마카오의 국가안보를 수호할 법률제도(홍콩 국가보안법)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정부에 국가보안법 제정을 계속 압박했지만, 시민 반발 등에 막혀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자 전인대를 통해 직접 제정하는 초강수를 두고 나섰다. 중국의 주권 영역인 외교, 국방 등에 관련된 중국 본토 법규를 기본법(홍콩의 헌법) 부칙에 넣을 수 있도록 한 기본법 18조를 이용한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제정되면 기본법 23조에 규정된 대로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징역 30년형에 처할 수 있게 된다.

또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 같은 대규모 시위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홍콩 민주인사의 피선거권 박탈 등으로 오늘 9월 입법회 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1일 경찰에 검거된 홍콩 시위대.AP연합뉴스

홍콩 야당은 전인대가 직접 보안법을 제정하는 것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사망”이라고 반발했다.

장예쑤이 전인대 대변인은 전날 “전인대 대표들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홍콩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한다”며 홍콩 국가보안법이 전인대 의안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에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홍콩 주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는 국가보안법 제정은 상황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며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만약 그것(국가보안법 제정)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며 “적절한 때에 성명을 내겠다. 홍콩은 많은 일을 겪어 왔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은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이어 또 다른 대규모 시위의 불씨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홍콩 정부는 2003년 국가보안법을 제정에 나섰으나 50만명의 홍콩 시민이 반대시위를 하고 입법회 포위 시위를 예고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홍콩 범민주 진영은 다음 달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개최하는 ‘6·4 천안문 사태’ 기념집회 등을 통한 강력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시위가 격화되면 지금도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중국은 1949년 이래 악랄한 독재 정권, 공산주의 정권에 의해 통치돼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중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억 달러 지원에 대해 “중국 공산당의 실패로 전 세계에 부과된 비용 9조달러 안팎에 비하면 쥐꼬리만 하다(paltry)”고 깎아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의 어떤 또라이’ ‘얼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은 중국의 무능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미 상원은 같은 중국 기업의 미 증권거래소 상장을 금지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미 국무부는 대만에 대한 신형 어뢰 등 1억8000만달러(약 2200억원) 규모의 판매를 승인하며 대중국 압박을 이어갔다.

백악관과 미 국방부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중국을 ‘악의적 행동’을 하는 국가로 여러 차례 표현하며 중국의 경제, 안보 위협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갈등이 고조하면서 양국의 정부 관계자, 기업 임원, 학계 인사들 간 물밑 접촉 등 비공식 외교 채널도 사실상 단절됐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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