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뒤 퇴직을 앞둔 A씨는 2년 전 뒤늦게 맞벌이가 됐다. 나이가 적은 아내가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 1년여 준비해 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A씨 직장은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데 아내의 수입으로 줄어든 임금을 보전해 가계에 큰 힘이 됐다. 또 국민연금 수령 시기까지 ‘은퇴 절벽’을 아내의 수입으로 어느 정도 보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A씨는 맞벌이로 수입 타격이 줄어들자 자신의 소득이 줄었는데도 지출을 줄이는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맞벌이의 함정’이란 용어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파산학 교수 출신으로 현재는 미국 상원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2004년 미국 중산층 가정의 재정파탄 원인에 대한 책을 냈다(맞벌이의 함정-중산충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 그는 한 세대 전보다 교육 수준도 높아지고 봉급도 더 많이 받으며 맞벌이도 훨씬 많이 하는 중산층 가정이 왜 자주 파산으로 내몰리는지에 의문을 품었다. 연구 끝에 그가 발견한 것은 맞벌이 부부는 수입이 많다보니 쉽게 고비용 가계재정 구조를 만들고, 자녀에게 자신들과 같은 사회적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 지나친 교육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다.

우리나라 50대 가구 두 집 중 한 집이 맞벌이라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는 배우자가 있는 1225만 가구 중 586만 가구로 46.4%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49.9%, 40대 54.2%, 50대 50.5%였다.

2019년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660만원으로, 외벌이 가구의 445만원에 비해 215만원 많았다. 월 지출은 맞벌이 가구 504만원, 외벌이 가구 332만원으로 맞벌이 가구가 172만원 많았다. 맞벌이 가구는 많이 버는 대신 많이 쓰는 구조라서 가계의 저축 여력(소득-지출)은 외벌이보다 43만원 많은데 그치고 있다. 맞벌이 중 한 사람의 벌이만큼 더 쓴다고 할 수 있다.


맞벌이 부부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자산관리 전략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가계 허브 통장을 만들어라
맞벌이 가구의 소득 통합을 위한 ‘허브 통장’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허브 통장을 만들어 사용하면 돈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장기 재정 계획을 세우기 좋다. 허브 통장을 만들고 나서 자금의 용도에 따라 저축통장, 투자통장, 소비통장, 비상금통장 등으로 돈을 나누어 보낸다. 자금마다 계정을 부여해 각 계정의 수지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지출을 가급적 줄인다
맞벌이는 지출이 많이 버는 사람의 소득을 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둘 중 하나에게 만일의 상황이 생겨도 문제 없다. 자금 계획을 세우려면 부부가 각각 얼마를 쓰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또 부부간 재무 대화를 통해 소비에 대한 눈높이를 맞춰가면 좋다.

생애주기별 종잣돈을 만들라
맞벌이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주택 마련 자금, 자녀가 취학 전에는 교육비 마련 등 시기별 목적에 맞는 종잣돈을 위해 저축해야 한다. 또 노후에는 연금 맞벌이가 가능하도록 미리 계획해 준비해야 한다. 육아를 위해 경력이 단절된 경우 과거 국민연금에 가입한 이력이 있으면 추가납부·임의계속가입 등을 통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려 연금액을 높여야 한다.

100세시대연구소 한세연 책임연구원은 “맞벌이 부부는 좀더 여유있는 경제생활을 위해 함께 벌이를 시작하는데 버는 만큼 번 돈을 잘 관리하고 지출을 줄이는 노력이 중요하다”라며 “맞벌이 부부의 경제를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정 재정에 대한 부부의 공동목표와 신뢰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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