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갑질에 시달리다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아파트 경비원 고(故) 최희석씨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가해 입주민이 유족에게 전화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가해 입주민은 유족에게 사과는커녕 끝까지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변명만 늘어놔 대중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YTN은 아파트 경비원 최희석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이틀 뒤인 지난 12일 가해자인 입주민 A씨(49) 유족에게 전화해 통화한 음성파일을 입수했다며 23일 공개했다. 공개된 파일에서 가해 입주민은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빌겠다”고 운을 뗀 뒤 “지금 내가 며칠 동안 굶고 그러다 보니까 몸 상태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방송 내용도 물론 편집이 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보시면 주차 공간이 너무 많았다”며 원상복귀 시키라고 했다는 말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A씨는 이어 “그런 말 한 적 없고 내가 ‘지금 나갑니다’라고 했더니 내 앞으로 차를 막 갑자기 돌진하다시피 하셨던 거다”라며 고인의 잘못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도 했다.

“우리끼리 솔직히 얘기하자. 왜 경비원을 그렇게 괴롭혔냐. 경비원도 사람이다”라는 유족의 말에 A씨은 “괴롭힌 적 없다”고 부인했다. 유족이 그토록 기다리던 사과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A씨은 숨진 최씨가 주차공간이 충분한데도 이중 주차를 한 자신의 차를 불필요하게 이동시켰고 최씨가 돌진하듯 차를 밀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러나 CCTV를 확인한 결과 주차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입주민의 차도 밀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최씨가 돌진하듯 차를 밀었다면 A씨 움찔하거나 피하는 장면이 나와야 하지만 이와 비슷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18일 A씨를 조사한 뒤 다음날 상해, 협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폭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아파트 입주민은 경비원 최의석씨와 주차 문제로 다툰 뒤 최희석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희석씨는 A씨에게 상해와 폭행, 협박 등을 당했다는 음성 유언을 남긴 뒤 지난 10일 숨졌다.

22일 오전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나온 A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유가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최씨를 폭행하거나 협박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서울북부지법 정수경 영장전담판사는 “증거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다”며 입주민의 구송영장을 발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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