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으로 급물살을 타는 듯 했던 항공업계 인수합병(M&A)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해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은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유지하지만, 피인수 회사들이 자본잠식 상태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업계 안팎에선 인수 포기설이 끊이지 않는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은 2082억원, 당기순손실은 5490억원이다. 자본 총계가 지난해 말 기준 9082억원에서 지난 1분기 말 2102억원으로 쪼그라든 탓에 자본잠식률이 지난해 말 약 18%에서 최근 80%를 넘어섰다. 국제선 셧다운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이미 완전자본잠식(자본금과 잉여금을 더한 값이 적자 상태)에 빠졌다고 추정한다.

HDC현산의 인수 포기설이 짙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완전자본잠식인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았다가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수 있다. 현재 HDC현산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등 인수를 위한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취득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꺾일까 우려하면서 해외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마무리되면 인수 추진 의사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도 안개 속이다. 이스타항공의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주항공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분기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까지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확정했지만,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평가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제주항공의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선은 680억원으로 2분기 말 상당부분 소진될 전망”이라며 “현재 최악인 업황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유증 이외에도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 운영자금도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가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업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의 ‘사활 건’ 현금 확보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차입금 5000억원 이상’ 조건을 달면서 이에 미치지 못하는 저가항공사(LCC)들은 비상에 걸렸다. 티웨이항공은 운영 자금 조달 목적으로 산업은행이 전량 매입하는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플라이강원은 모든 국제선 항공권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선불 항공권 판매를 시작했고 에어부산도 7월 국제선 운항 재개를 목표로 하반기 국제선 특가 행사에 나섰다. 제주항공도 다음달 6일부터 인천∼마닐라 노선을 주 1회 운항하기로 결정하고 예약을 받고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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