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한국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하면 경제성장률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면 봉쇄조치를 이어갈 때보다 감염자가 70% 줄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마이너스폭이 13% 포인트 줄어든다는 게 골자다.

엄상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상윤 영국 런던퀸메리대 경제금융학과 부교수, 신용석 미국 워싱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공저한 전미경제연구소(NBER) 연구보고서 ‘공포와 자가격리의 불평등: GDP와 공중보건은 상충할까’에서 한국과 영국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을 비교·분석했다.

영국은 비교적 늦은 지난 3월 말 봉쇄령을 내려 출근을 비롯한 이동을 거의 전면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 조치를 이달 말까지 연장하면서 재택근무가 어려운 업종에 한해 봉쇄를 완화했다. 연구진은 한국도 다중이용시설 운영과 모임 등을 제한하기는 했지만 전면 봉쇄보다는 진단검사와 추적을 통한 접촉자 격리에 방점을 뒀다는 점을 영국과의 차이로 규정했다.


영국이 이동제한조치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할 때 예상되는 올해 11월 기준 GDP 성장률 감소폭은 20%로 나타났다.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을 때보다 10% 포인트 낮은 감소율이다.

봉쇄 조치를 확대한다고 가정하면 GDP 성장률 감소폭이 15%로 낮아졌다. 봉쇄 강화가 성장률을 5% 포인트 높인 셈이다. 누적 확진자는 현 정책을 유지할 때보다 15만명 줄었다.

연구진은 “통념과 달리 봉쇄 정책이 감염뿐 아니라 장기적 GDP 손실까지 완화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봉쇄를 너무 빨리 풀면 몇 개월 만에 사람들이 감염을 두려워하며 스스로 (생산성 낮은) 재택근무를 하는 수준까지 감염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다시 봉쇄 카드를 꺼내들더라도 감염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뒤에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영국이 전면 봉쇄 대신 한국처럼 진단검사를 통한 선별적 격리로 대응하는 상황에서는 11월 기준 누적 확진자 수가 70% 줄고 GDP 성장률 감소폭은 7%에 그쳤다. 지금 정책보다 13% 포인트, 더 강한 봉쇄조치보다도 8% 포인트 성장률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영국이 한국식 정책을 채택한다면 장·단기적으로 GDP 손실과 감염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한국이 정책을 일찍 시행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적극적 검사와 추적이 감염을 더 효과적으로 줄이고 전면 봉쇄보다 경제를 덜 붕괴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효율적인 감염 경로 차단을 통해 불필요한 재택근무를 줄일수록 생산성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견해다.

저숙련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전염병 확산과 봉쇄 정책에 상대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도 중요 시사점이다. 식당이나 상점 등에서 일하는 이들은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만큼 감염 위험이 높은 반면 재택근무가 불가능해 봉쇄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연구진은 항체 보유자에게 ‘바이러스 비자’를 발급해 직장근무를 가능하도록 하면서 검사 역량을 저숙련 직종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이 정책을 도입하면 저임금 부문 생산성이 20% 높아지면서 GDP 성장률 감소폭이 현 정책을 유지할 때보다 10% 포인트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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