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물품을 지원한 주낙영 경주시장을 향한 네티즌 비난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인도적 지원마저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 시장이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는 비난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국민이 싫다는 걸 왜 하나” “사비로 보내야지 세금으로 방역물품을 보내는 이유가 뭐냐”는 댓글과 주 시장의 해명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댓글이 대부분이다. 주 시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댓글도 있다. “NO재팬 NO경주” “토착왜구” 같은 글도 눈에 띈다. 주 시장 페북 글에 달린 댓글은 300개를 넘어섰다.

주 시장의 해임을 청원하는 국민청원은 25일 오후 2시 기준 사흘 만에 7만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연간 1300만명이 찾는 관광도시 경주는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고 지난해 대비 경주시 경제가 반토막이 났다. 이 와중에 경주시가 일본에 방역물품을 지원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더 큰 위기를 직면했다”며 “주 시장의 오만하고 독단적인 비이성적 행정으로 인해 경주 시민 모두가 싸잡아 비난을 당하고 관광도시 경주를 보이콧하는 사람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도분쟁, 위안부 문제, 화이트리스트 규제 등 일본과의 수많은 분쟁을 겪으면서 경주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본제품을 불매하고 노재팬을 선언하고 동참하고 있다”며 “이런 경주시민들의 민심을 읽지 못하고 시민 정서에 어긋나는 주 시장의 후안무치하고 고집불통 같은 독단적인 행보는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마땅하다”고 적었다.


주 시장의 방역물품 지원을 비판하는 또 다른 국민청원 글도 25일 오후 2시 기준 1만 7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 청원인은 한국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거론하며 “비축분은 그야말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인데 세금으로 지원된 비축분을 지자체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외국으로 유출하게 되면 비축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이미 지원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국가의 세금으로 지원된 비축분을 지자체의 일방적인 결정만으로 외국으로 반출하는 일이 불가능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인도적 차원의 지원마저 ‘친일 프레임’을 씌워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원식 전 경주시장은 “경주시와 일본 도시 간 이어 온 교류의 역사를 모르고 비판하고 평가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상호주의에 입각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 것조차 감정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원희(41) 전 경주경실련 사무국장은 “일본이 현재하고 있는 행태를 고려하면 이번 지원이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것은 인정하고 잘했다고 박수쳐줄 수 있는 일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도 많다”며 “하지만 이것이 친일 매국노 프레임으로 접근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이 2018년 7월 20일 '2018 문무대왕 해양 심포지엄'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앞서 경북 경주시는 지난 17일 자매도시인 일본 나라시,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각 비축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를 지원했다. 경주시는 이달 말까지 오바마시, 우사시, 닛코시에도 방호복과 방호용 안경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계획을 전면취소했다.

비난이 일자 주 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방역물품 지원은 상호주의 원칙 아래 지원하는 것” 이라며 “전쟁 중 적에게도 의료 등 인도주의적 지원은 하는 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 시장의 해명 글은 삭제됐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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