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A씨는 대학까지 졸업하고 요즘 집에서 놀고 있는 자녀를 생각하면 고민이 깊다. 자신은 퇴직 후 어떤 직종이든 재취업해 적은 수입이라도 생활비에 보탤 각오인데 아이들은 아직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취업에 천하태평이다. A씨가 아이들의 생활비 부담보다 더 걱정하는 것은 오랜 시간 집안에서 생활하면서 잔소리가 늘고, 그러다가 아이들과 갈등이 커질까 하는 점이다.



산업사회가 급격히 발전하면서 대가족이 해체되고 핵가족이 늘어나 품안에 끼고 있던 자녀들이 대학 진학이나 취직·결혼 등으로 독립할 때 부모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이라고 했다.

반대로 취업난과 늦어지는 결혼 탓으로 독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집을 떠나지 않는 자녀들 때문에 겪는 갈등과 우울감을 ‘찬 둥지 증후군(Crowded Nest Syndrome)’이라고 한다.

찬 둥지 증후군은 어떻게 나타나나
장성한 자녀가 독립하지 않으면 나이 든 부모는 경제적 부담이 훨씬 커진다.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기도 힘든데 다 큰 자녀를 부양하면서 미래의 재정에 대한 불안이 유발된다. 당연히 독립해야 할 아이들이 제몫을 못하는 것에 대해 부모로서의 자격지심도 생긴다.

부모들은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자녀를 독립시킨 친구들은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 활동을 하는데, 자신은 자녀를 챙기느라 자유가 없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또 친구의 자녀가 독립해 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무래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부모의 조언을 자녀는 잔소리로 느껴 가족 간 갈등도 잦아진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인 ‘코로나 블루’와 겹쳐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 어려움을 이겨내려면 가족들의 신뢰와 합심이 더 절실하다.

찬 둥지 증후군 이겨내려면
성인 자녀와 한 집에서 살면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서로 언쟁을 하다가 감정의 선을 넘기도 한다. 나쁜 감정이 쌓이지 않도록 서로 터놓고 지내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의 감정도 고려해야 한다. 독립을 못하고 부모에게 얹혀 사는 것이 기분좋은 성인은 없을 것이다.

같이 산다는 이유로 자녀를 ‘돌봐야 할 존재’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자녀의 방 청소나 빨래 등을 무작정 도와주기보다 가사를 일정 부분 분담한다. 가정의 재정 상태도 공개하고 서로 얼마나 부담할지 토론해본다. 자녀가 적더라도 수입이 있다면 생활비를 일부 내게 하거나, 용돈을 줘야 한다면 한도를 둬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게 좋다.

자녀의 독립을 지원하는 계획을 함께 세워본다. 성인이 되어도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는 많다. 부모 집에서 지내 생활비가 덜 드는 동안 자립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이나 운동 등을 하면서 자녀 걱정을 잊는 것도 도움된다. 애들과 함께 살아 덜 외롭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50대 퇴직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퇴직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자녀와 관련한 비용이었다. 자녀의 결혼·교육비용이 주된 걱정거리라는 응답은 노후 의료비 걱정보다 높았다. 은퇴 전문가들은 집에 남아있는 성인 자녀가 은퇴 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베이비부머의 가족 사랑이 유별나다고 하지만 가계 지출이 아직도 노후 준비보다 자녀 지원에 편중돼 있다면 이제 균형을 잡아야 할 때가 아닐까?

김태희 선임기자 t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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