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입원한 정신질환자(치매 제외) 실제 규모가 1만50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기존 정부 통계의 60배다. 일반 병상에 입원했던 환자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2만8명(잠정치)으로 늘어난다. 한국의 정신질환자 장기수용 실태가 구체적으로 파악된 건 처음이다.

국민일보가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민건강보험공단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정신과 입원 이력이 있는 환자는 6만1079명이었다. 이 가운데 최초 입원일 이후 누적 입원일수가 3650일 이상인 환자는 1만4890명이다. 지난해 입원환자 4명 중 1명(24.4%)은 정신병상에서 10년 이상 지냈던 것이다. 이번 분석은 입원 이력 추적이 가능한 2006년 이후 14년치 자료를 기반으로 했다.


1만4890명의 총 입원기간을 추적한 결과는 더 심각했다. 이들의 평균 입원일수는 4563일(12년6개월)이었다. 평균 추적일수(4938일) 대비 입원일수는 무려 92.4%에 달했다. 100일 중 92일은 입원해 있었다는 의미다. 추적일수는 첫 입원일 이후 마지막 입원 이력까지의 기간이다.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 2006년 이전 기록까지 감안하면 10년 이상 장기입원 환자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병상에 있던 기간이 빠져 있고, 정신요양시설 등의 재원(在院) 기간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신요양시설에는 지난해 기준 10년 이상 재원자가 4293명 됐다. 단순 합산만으로도 2만5000명에 육박하는 수치가 나온다.

국민일보는 2019년 한 해 동안 정신질환(치매 제외)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환자들의 과거 입원일을 모두 집계하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의료기관은 환자 치료 내역을 기재한 진료비 청구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고 심평원은 이를 심사해 공단에 제출한다. 공단에 진료비 청구가 완료된 내역을 조사하면 정신질환자의 실제 재원 기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를 통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사실상 ‘계속 입원’ 상태인 환자들의 전체 입원일을 계산했다. 의료 통계 전문가에게 자문해 데이터 추출 모델을 설계했다.

정부는 퇴원자 기준 재원 기간만 발표해 왔다. 올 초 발간된 2018년 국가 정신건강 현황 보고서에서 10년 이상 재원 환자 규모는 248명이었다. 입원 상태인 환자는 조사 대상에서 누락됐고, 입퇴원을 반복하며 병원을 전전해 사실상 장기수용 상태인 환자 실태 역시 파악이 어려웠다. 주말이나 명절 때 하루 이틀 퇴원한 뒤 재입원을 반복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등의 사례가 많은데, ‘동일 병원 계속 입원일’ 기준 규모만 파악해 전체 입원기간의 축소가 발생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회전문 환자가 많은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하면 누적 입원일수를 따지는 방식이 보다 현실에 가깝다. 이를 반영한 지표 개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용표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가 사실상 현실을 외면해 제대로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다. 현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정신보건 정책 수립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슈&탐사팀=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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